<사설>수능 영어 절대평가, 學力 저하와 혼란 자초할 뿐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더 키워야 마땅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을 되레 더 떨어뜨리기 위한 정책을 예고하고 나섰다. 황 장관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수능 영어 과목의 절대평가 도입을 심도 있게 논의중이며, 큰 방향은 잡혀 있다”고 밝혔다. 이르면 2018학년도 수능부터 시행하겠다는 일정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의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은 수능 영어의 변별력을 유명무실화하면서 학생들의 전반적인 영어 학력(學力) 저하와 혼란을 자초할 뿐이다.

대학별 본고사가 금지된 현행 대학입시 체제에서는 수능 성적이 합격·불합격의 결정적 요인이다. 황 장관은 “변별력 위주의 수능 영어를 유지하면 상위 3∼4% 안에 들기 위해 과도한 투자를 하게 된다”고 주장했으나, 어떤 과목이든지 수능은 변별력이 필수다. 변별력 없는 수능은 존재 이유조차 없다. 대표적 기본과목인 영어는 더 그렇다. 현재 상대평가 9등급제는 성적 상위 4%만 1등급이다. 절대평가에서는 극단적으로 대다수가 1등급 또는 만점에 가까울 수도 있게 된다. 그런 수능의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할 리 없다. 학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황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으며 “사(私)교육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영어 사교육 부담의 대폭 경감”을 주문한 데에 따라 절대평가로의 전환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이 사교육 대책일 수는 없다. 쉬운 수능이 사교육 의존을 축소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지만, 설령 그런 효과가 일부 있더라도 풍선효과로 인해 수학 등 다른 과목의 사교육 의존도를 더 높일 것이 분명하다.

황 장관은 “과도한 사교육 시장과 수십 년에 걸친 영어 투자가 무슨 결실을 냈는지 근본적 의문이 생긴다”고도 했으나, 이 또한 빗나간 인식이다. 사교육 과열은 문제지만, 학생들의 영어 구사 능력이 비영어권 국가 중에선 세계 어느 나라와 견줘도 손색이 없기에 이른 것은 그런 투자에도 힘입었기 때문이다. 수능의 절대평가가 타당성을 지니기 위해선 대학별 본고사 허용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지 않고 절대평가를 강행해선 안 된다. 빗나간 방침은 철회가 빠를수록 폐해를 더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