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대책위 “투쟁수위 낮춘게 아니라 장기전 대비”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째 단식농성을 벌여온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단식 중단 결정을 하며 “문재인 의원 등 야당 의원들도 단식을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세월호가족대책위는 28일 오전 11시쯤 김 씨가 입원해 있는 서울 동대문구 시립 동부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과 뜻을 같이하는 학계, 문화계, 정치계 등 각계각층의 지지에 감사한다”며 “김 씨의 건강을 우려하는 많은 사람들이 ‘유민 아빠 몫까지 싸우겠다’고 적극적으로 단식을 만류해 김 씨가 단식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씨의 말을 전한 유경근 대책위 대변인은 “김 씨가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야당 국회의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며 “이제는 단식을 중단하고 국회로 돌아가 안전한 대한민국 발전을 위한 험난한 싸움에 제대로 된 역할을 해주기 바라는 게 김 씨의 뜻”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책위는 “장외투쟁 자체를 그만두라는 뜻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 대변인은 “야당이 단식 외 다른 방법으로 뜻을 합쳐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새누리당이 김 씨의 단식 중단이 지난 두 번의 만남 때문이라고 하는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만남에 아무것도 얻은 게 없고 불신만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유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이 같은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유가족들은 진심 어린 자세가 없다고 판단, 대화를 중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김 씨의 단식이 중단됐지만 투쟁의 수위를 낮춘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대책위는 설명했다. 지난 27일 여당과 만남에서 협상에 진전이 있었던 게 아니라고 판단하는 만큼 김 씨가 단식을 중단해도 농성을 계속할 계획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김 씨 혼자 단식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장기적인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유가족들의 동조 릴레이 단식 등 농성의 규모를 키우고 국회, 광화문,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 농성장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