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론 大家’가 들려주는 ‘150년전 마르크스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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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공부 / 김수행 지음 / 돌베개

마르크스의 ‘자본론’. 아시다시피 독재의 시대에 금기와 불온의 대명사였던 책이다. 소위 ‘운동권’이라 불리던 젊은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가슴 두근거리며 넘겨보던 책. 그러나 정작 금기의 띠를 벗고 나자 격정과 욕망도 사라지고 말았다.

자본주의의 번성과 함께 마르크스주의 본래 의미(기의)는 사라졌고 이미지(기표)만 남아 떠돌았다. 그러다가 다시 마르크스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지금 호명돼 나온 건 아마도 신자유주의와 양극화의 칼바람 속에서 이른바 ‘경제민주화’의 탈출구로 다시 주목받기 때문이리라.

서울대 교수 재직 시 서슬 퍼런 엄혹한 시대에 마르크스 자본론을 완역해 출간하고, 강단에 서는 내내 스스로를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자처했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칠순을 넘긴 그가 올초 ‘가장 쉬운 수준’이란 원칙 아래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10회에 걸쳐 ‘자본론’ 대중강연을 했고, 그 강연 내용을 묶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미덕은 역시 그 어려운 ‘자본론’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는 것이다. 세 권의 책으로 이뤄진 마르크스의 ‘자본론: 정치경제학 비판’의 핵심만 뽑아 간추려서 300쪽이 안 되는 책에다 이야기하듯 담아냈다. 초기자본주의 시절 수요와 공급의 변화로 가격이 결정되는 과정부터 자본가들이 어떻게 임금노동자를 착취해 잉여가치를 얻으며 이렇게 얻어진 이득을 어떻게 분배하고 있는지.

또 이런 자본주의가 경제에서 시작해 정치, 법률, 문화의 영역으로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두루 살피고 있다. 자본론의 내용뿐만 아니라 이후에 등장한 경제학자들의 이론과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과정 등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마르크스가 예견했던 자본주의의 실패가 그의 사후에 어떻게 현실로 드러났으며, 이런 실패로 지금 우리의 고통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등도 저자의 주석으로 달아 설명하고 있다. 150여 년 전의 고전을 그 자체로서의 의미는 물론이고, ‘현재의 시간’으로 끌어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꺼내놓는 저자의 우리 사회에 대한 현실인식은 ‘자본의 억압과 착취가 횡행하고 독재와 수탈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썩어빠진’ 자본주의 사회라는 얘기다. 이런 저자의 시선이 불편할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본다면 마르크스도, 저자도 추구하는 건 ‘좀 더 나은 세상’이다. 세상은 계속 변하며 사회의 체제도 거기서 예외일 수 없다. 변화나 변혁은 지금의 문제점을 아는 데서 출발한다. 저자의 인식과 주장에 동의하느냐와는 상관없이 이 책을 권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