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예비역 준장 연금 月353만원… ‘밑빠진 독 돈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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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공적연금 부실화에 대해 개혁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우리나라 4대 공적연금 중 국민연금을 제외한 3대 공적연금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 3대 공적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가능성 전망 내지는 의견이 쏟아지면서 논란이 증폭돼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60년부터 실시된 최초의 공적연금제도인 공무원연금과 1963년 공무원연금에서 분리된 군인연금, 1975년부터 실시된 사립학교교원연금(사학연금)과 관련해 ‘더 내고 덜 받는’ 큰 줄기로 개혁의 방향을 정한 가운데 이들 3대 공적연금 개혁에 따른 당사자들의 반발또한 거세지고 있다.

1. 공무원연금개혁의 필요성은

공무원연금개혁의 필요성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그간 수차례의 연금개혁(1995년, 2000년, 2009년)에도 불구하고 과거 연금제도의 불균형 수급구조와 아울러 급속한 고령화와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등의 이유로 퇴직자가 일시금보다 연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져 연금수급자가 급속히 증가, 개혁을 미룰 경우 정부보전금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국민 부담이 더욱 늘어나게 되는 문제가 있다.

또한 공무원의 경우 영리행위 금지, 재취업 제한 등 여러 가지 권리제약과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 수준 등을 감안하더라도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양자 간 차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년까지 공무원·군인·사학연금에 대한 재정재계산을 실시해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 여당인 새누리당은 여러가지 개혁안을 내놓으면서도 정작 어느 곳 하나 선뜻 주체적으로 나서기는 꺼리고 있다.

그만큼 당사자들의 희생과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연금개혁을 이뤄내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이들 3대 공적연금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데는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결국은 어떻게 당사자들의 희생과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2. 공무원·국민연금 지급체계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모두 가입자의 소득에 따라 연금액이 결정되는 확정급여형 소득비례 연금제도이며,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본인소득과 전체 가입자 소득 양자를 감안해 연금액을 산정하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다.

한편 국민연금에 가입한 민간 근로자의 경우 퇴직 시 근로기간 1년당 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을 곱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받지만, 공무원은 재직기간 1년당 퇴직 전 본인 과세소득의 6.5%(1년)에서 39%(20년 이상)를 퇴직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민간 근로자 대비 최대 39% 미만) ＜표참조＞

3. 장관 하루 일해도 연금혜택?

공무원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공무원연금법에 따른 공무원으로서 20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현재 공무원연금법상 공무원이란 국가 및 지방직공무원과 입법부 및 사법부 공무원을 말하며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과 같은 선출직 공무원은 공무원연금법이 아닌 국민연금법이 적용된다.

부처 장관의 경우 정무직 국가공무원으로서 공무원연금법상 적용대상이 되지만 공무원으로 재직한 기간이 20년이 되지 않으면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없으므로, 장관으로 하루만 근무해도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한편 장관직을 포함해 이전에 공무원으로 재직한 기간이 20년이 넘는 경우에도 연금을 계산할 때에는 전체 재직기간 동안의 소득을 평균해 계산하므로 장관으로 퇴직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재직기간에서 장관으로 재직한 기간 동안의 연금액만 비례해서 계산하게 된다.

4. 2009년 ‘꼼수개혁’ 비판받는데

지난 2009년 연금 개혁시 보험료율을 인상(11%→14% / 27%↑)하고, 지급률은 인하(2.1%→1.9% / 10%↓)하는 등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을 통해 개혁 전과 비교해 연금재정수지 부족분(보전금)이 단기간(2010∼2014년)에는 약 50%, 중장기(2030년) 이후에도 30∼40% 이상 절감될 것으로 예측됐다.

2009년 연금개혁시 주요 개정사항을 보면, 연금산정의 기초는 퇴직 전 3년 평균보수월액을 전체 근무기간 평균 과세소득으로 바꾸고, 신규자의 지급개시연령을 65세로 늘렸으며, 유족연금 지급률도 기존 70%에서 60%로 줄였다. 그러나 이런 개혁에도 불구하고 다시 정부 보전금이 확대(2013년 2조 원→2014년 2조5000억 원)되고, 지급개시연령연장 등 일부 개정 내용을 신규자에게만 적용했다는 점 때문에 개혁이 일시적이고 미봉책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5. 외국에선 어떻게 운영하나

우리나라를 포함해 프랑스, 독일, 벨기에,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은 민간 근로자가 가입한 전국민 사회보장연금제도와는 별도로 공무원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미국, 일본, 영국, 호주, 핀란드 등에서는 국민연금은 공통적으로 적용하면서 공무원연금을 추가로 운영하고 있다.

한편 공무원연금에 대한 각국의 역사적 배경과 공직에 대한 인식 및 재정상황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률적인 비교가 곤란한 점이 있으나, 외국의 경우에도 사회적 논의를 통해 부담을 늘리고 급여를 적정하게 조정,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있으며, 연금재정 부족분은 정부가 이를 보전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 공무원연금의 정부부담률이 공무원 기여율보다 최소 3배 이상 높은 것은 과거 ‘적게 내고 많이 받는’ 불균형 수급구조와 고령화 등에 따라 연금부채가 막대하기 때문에 이를 갚아 나가는 과정에서 정부 부담이 대폭 늘어난 것이며, 이는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6. 공무원 반발은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등 40여 개 단체가 지난 5월 29일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한 뒤 투쟁기금 모금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지난 26일 새누리당 당사 항의 농성에 이어 11월에는 대규모 장외 투쟁까지 예고해 놓은 상태다. 전공노는 특히 지난 28일 ‘공무원연금에 대한 오해와 이해’라는 제목의 일간지 신문광고를 통해 ‘국민연금은 노후보장의 성격만 있는 데 반해 공무원연금은 노후보장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과 신분상 제한에 대한 대가’라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이와는 별도로, 공무원연금개혁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서울시 교육청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명예퇴직 신청자만 총 2300여 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6배가량 급증하는 등 명예퇴직하는 공무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또 일반행정직과 군인 등도 명퇴 신청자가 늘고 있지만, 개혁 논의를 더 지켜보자며 관망하는 공무원들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7. 군인연금 적자규모 어느 정도

군인연금은 지난 1973년 고갈된 이후 3대 공적연금 중 가장 먼저 세금이 투입됐다. 2010년 국고보전금이 1조 원을 넘기 시작한 이후 지난해에는 1조3691억 원으로, 국고보전비율이 50.5%에 달할 정도다. 군인연금을 받은 예비역 군인은 지난해 기준으로 8만2313명. 군 고위 간부의 퇴역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대장의 경우 452만 원, 중장은 430만 원, 소장 386만 원, 준장 353만 원에 달했다. 부사관 출신은 준위가 276만 원이었으며, 계급이 가장 낮은 하사가 135만 원 수준이었다.

이 중 300만 원 이상 수령자도 1만5000명가량으로 과거에 비해 평균 수명연장 등의 영향으로 적자폭은 더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더해 예비역 장성들 중에는 방산업체에 사업자소득으로 분류되는 비상근고문 등으로 취업해 소득의 최대 70% 가까운 확정소득을 감면받을 수 있어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연금 지급정지액을 줄이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8. 군인연금 개혁 반발 확산

인천상륙작전으로 유명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도 미 육군참모총장으로 재임하면서 연금지급 문제를 두고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예비역 군인들을 강제 진압했을 정도로, 군인연금은 사회 내부적으로 갈등 요소를 동반하고 있다.

군인연금 수령액이 국민연금에 비해 수 배 많은 것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이 크지만, 젊은 시절 국가에 헌신한 보답이라는 예비역 군인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군인연금을 수령하는 8만여 명의 예비역 군인과 20여만 명에 달하는 현역 간부, 이들의 가족까지 100만여 명에 달하는 반대세력은 정부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비역 군인들의 경우, 방산업체에 취업하는 일부 군인을 제외하고는 재취업 비율이 높지 않아 연금 의존도가 높은 것도 반발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배경으로 정부의 군인연금 개혁에 군 당국이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조차 군인 정년을 1∼3년 연장해 연금수혜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등 연금개혁에 반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9. 사학연금 실태는

사학연금은 사립학교 교원에게도 공무원 연금제도와 같은 사회보장체제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지난 1975년 도입된 연금제도다. 초·중·고 사립학교와 사립대학에서 일하는 정규 교직원이 대상이 된다. 사학연금은 현재 기금액이 14조6000억 원으로 오는 2022년 23조8000억 원에 달한 이후부터는 총지출이 총수입보다 많아지기 시작해 2033년 고갈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9년 국민연금과 교사 연금의 가입기간을 합산해 연금을 지급해주는 공적연금 연계제도가 도입되면서 더 많은 수의 사립학교 퇴직자들이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돼 사학연금의 재정 위험도가 커졌다. 이에 2010년 연금부담금과 급여 산정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2033년 고갈의 위험성이 남아 있다. 고갈이 되면 공무원연금처럼 정부가 적자분을 메워줘야 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10. 사학연금 개혁도 갈등 예고

이에 따라 사학연금 역시 교사들의 부담비율을 지금보다 확대하고, 수급액수와 기간을 축소 조정하는 방향으로 개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민간 기업 등에 비해 적은 퇴직금 등 노후 보장 수단이 없다는 것을 감안해 만들어진 연금이니만큼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개혁이 이뤄질 경우 사립학교 교직원들이 강력히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가입자 개인과 사립 법인이 분담해 매월 연금을 내왔는데, 정부가 이를 강제로 감액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하는 것은 기존 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학연금 개혁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개혁 전 명퇴를 해 기존 혜택을 그대로 받기 위해 많은 교원이 명퇴를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윤림·정철순·유현진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