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모병제 담론의 시기상조

김상협/정치부 차장

최근 군 개혁과 관련해 분출하고 있는 모병제 도입론은 군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군은 육군 28사단 윤 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 이후 전면적 개혁을 외치면서도 문제의 본질을 일정 정도 해소할 만한 제도에는 온갖 구실을 들이대 거부하고 있다. 군사법체계 개선에도, 군사옴부즈맨제 도입에도 군은 미온적이다. 외부에는 기득권과 밥그릇 사수와 다름없는 것으로 비칠 뿐이다.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 혁신특위’를 만들어 요란법석을 떨지만 내놓은 대안은 대부분 땜질 해법들뿐이다.

이 같은 군의 미흡한 개혁의지를 비집고 분출하는 모병제 도입론 또한 분명한 함정이 있다. 무엇보다 예산 문제와 북한과의 대치 상황을 감안할 때 모병제 전면 실시는 시기상조다. 시스템상이나 현실적으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대목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도입되기까지의 준비 기간을 감안할 경우 무엇이 필요하고, 의미있는지 공론화의 필요성까지 반대할 필요는 없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무조건 안된다고 가능성을 닫아놓지 말자는 얘기다. 장기간 징병제의 폐해와 부작용을 해소하고 21세기 국가안보체계를 구축하는 근본적인 대안으로서다. 무엇보다 심리적 거부감부터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마음을 열고, 현실과 미래를 냉철하게 짚어보면 합리적인 근본처방으로서의 장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군의 모병제적 요소는 주목된다. 해·공군·해병대의 모집병제다. 전체 사병 규모 45만여 명 중 모집병이 현재 9만여 명에 달하는데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해·공군·해병대에서 전문성이 높은 기술병력을 중심으로 인센티브를 주거나 근무지 성격에 따른 복무기간 차등 적용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과도기 방안으로서다. 모집병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모병제 실시에 대비한 시스템을 만들어나갈 경우 향후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모병제가 전면 실시될 때 중요한 토대로 기능할 수 있다. 정부도 모집병제의 경우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병영문화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순기능을 인정한다.

여성군인의 증대하는 역할 또한 주목해 보아야 할 지점이다. 현재 육·해·공군 간부 이상 직책에 여성군인은 8600여 명 포진해 있다. 국방부는 2015년 여성군인 1만 명 시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성들에게도 보다 원활하게 군에 진출할 수 있는 물적 기반을 보다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현 병역자원은 출산율 감소 추세에 따라 동원가능한 수가 줄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60만 대군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현재 육군 기준 21개월 복무기간을 단축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도 이런 현실로 유야무야될 정도로 심각하다. 최첨단 무기들이 절대적인 현대전의 특성은 여성군인 충원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근거다. 해·공군은 이미 첨단장비로 채워져 있고, 육군도 전술유도무기, 탄도·순항미사일 등 첨단무기 비중이 높아가고 있다. 기술·지식·능력·직무를 기준으로 남녀 모두 배치가 가능하다. 군에 필요한 의사·법률가 등 전문직뿐 아니라 전자전·정보분석 및 판단·행정 지원업무 등 여군이 감당하지 못할 업무는 없다. 유럽과 다수의 중남미 국가에서 이미 여성 국방부 장관이 직무를 수행중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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