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野黨판 침묵의 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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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논설위원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지배적인 여론과 같으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침묵을 지킨다. 흔히들 대세(大勢)를 따른다고 하는 것인데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엘리자베스 노엘레 노이만은 이 같은 현상을 ‘침묵의 나선이론(the spiral of silence theory)’이라고 정의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타당한 견해라도 자신과 친구를 맺은 사람들 다수가 다른 견해를 갖는다고 한다면 자신의 주장을 하지 않는 것으로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타의 조사결과 입증됐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논란도 ‘침묵의 나선이론’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법과 원칙을 지키고 장외로 나가지 말아야 한다는 합리적 주장이 ‘세월호특별법이 최고의 민생법안이다’‘유족들 뜻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강경론에 묻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30명의 소속의원들 중 의원총회를 열면 100명 이상 참석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중에서도 발언에 나서는 의원들은 주로 사회단체 출신의 비례대표, 486 운동권 출신, 친노 그룹 등 주로 강경파 의원 10여 명인데 이들이 강경론을 몰고 가면 나머지는 따라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26일 열린 의총에서 첫 발언자로 나선 한 여성의원은 “우리는 130명이다. 우리가 무력하게 시간을 끌면 유민 아빠(김영오 씨)가 죽는 데 일조하고 있지 않나.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세월호특별법이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다른 의원이 “배가 난파당하게 생겼는데 한가하게 국감할 때가 아니다”고 강경 분위기를 부추겼다. 결국 1년 만에 다시 장외투쟁을 선택했지만 대다수의 의원들은 지난해 김한길 대표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에 항의하며 101일 동안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농성을 했지만 아무 성과 없이 회군했던 때의 ‘데자뷔’를 보는 듯한 심정이다.

김영환·황주홍 의원 등 15명의 의원이 ‘장외투쟁은 안된다’는 연판장을 돌리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당내에서는 이례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또 농성에 참여하지 않는 같은 뜻의 일부 의원들은 혹시나 공천에 불이익을 보지 않을까 하는 기회주의적 태도 때문에 속으로만 삼키고 있다. 야당을 살리는 길은 합리적 주장을 대세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 ‘침묵의 나선’을 깨는 용기있는 의원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