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예산폭탄 맞아보자” 지자체들 ‘國費 확보’ 전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기현 울산시장이 지난 7월 25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울산 지역 국회의원들과 당정협의회를 갖고, 2015년도 국비 확보에 적극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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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예산 폭탄을 맞아보자.”

지난 7·30 재·보궐선거에서 전남 순천·곡성의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예산 폭탄’ 선언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우리도 예산 폭탄을 맞아보자”며 내년도 국비 확보를 위해 ‘올인’ 태세에 들어갔다.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국비마저 확보되지 않으면, 주요 사업이나 공약을 추진할 수 없는 힘겨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선 6기 첫해를 맞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지자체장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특히 전국 광역자치단체장들은 “우리 동네에도 예산 폭탄을…”이라는 염원을 가슴에 품고 막바지 예산 확보에 ‘불꽃전쟁’을 벌이고 있다. 오는 23일 내년도 정부예산안 국회 제출을 앞두고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사흘이 멀다하고 세종과 서울 출장, 정부 관료 등용 등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 정치인 등 인맥 동원 = 김기현 울산시장은 당선자 신분인 지난 6월 이후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을 만나 국회의원 시절의 친분을 내세우며 울산시 국비 지원을 호소하고 다녔다. 지역 국회의원들과는 당선자 시절부터 3∼4차례나 만나 예산 확보에 팔을 걷어줄 것을 당부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 7월 27일 세종시청사에 근무하는 경남 출신 정부 고위간부 16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예산 지원을 부탁했다. 국회의원과 새누리당 대표를 역임하면서 쌓은 인맥을 활용해 장관 등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거나 찾아가 경남지역 현안사업 예산을 챙겨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도 7월 27일 최 경제부총리를 만나 주요 사업에 대한 예산 반영을 요청하는 등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예산 확보전을 펼치고 있다. 또 권선택 대전시장은 최근 지역 국회의원 초청간담회를 열고 예산 확보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완구 원내대표와 홍문표 예결위원장 등을 만나 지역 주요 사업의 국비 반영을 호소했다.

◆ 기재부 등 정부 관료 등용 = 서병수 부산시장은 국비 확보에 도움을 받기 위해 최근 기재부 출신의 정통 경제관료인 김규옥 경제부시장을 임명했다. 서 시장은 김 부시장이 기획예산처 예산 총괄과장, 기재부 대변인,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 기재부 기획조정실장 등 기재부의 핵심 요직을 거친 예산분야의 전문가인 만큼 예산 확보에 상당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최근 배국환 전 기재부 제2차관을 정무부시장으로 임명했다. 정치인 출신이 아닌 기재부 출신의 재정 전문가를 정무부시장으로 임명한 것은 정부의 예산 지원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전남지사 역시 7월에 취임한 기재부 출신의 우기종 정무부지사를 동원, 예산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 부지사는 최근 기재부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며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김기현 울산시장도 최근 국비 확보 등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제부시장에 이태성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을 내정했다.

◆ 인근 지자체 공동 대응 = 서병수 부산시장과 김기현 울산시장, 홍준표 경남지사는 7월 28일 오후 3시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울경 2015 예산 정책협의회’에 참석, 공동으로 지역 주요 현안에 대한 국비 지원을 적극 요청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 나성린 수석부의장, 이현재 정책위부의장과 부산지역 예결위원(김도읍, 문대성 의원), 울산지역 예결위원(안효대, 이채익 의원), 경남지역 예결위원(박성호, 윤영석 의원) 등도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3개 시·도지사는 동남권지역 발전을 위해 지역 예결위원들이 국비 확보에 공동으로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내년도 국비 확보를 위해 공조에 나섰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는 7월 11일 새누리당 정책위원회를 만나 예산정책협의회를 갖고 “재정이 열악한 지방으로서는 국비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며 당과 국회 차원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대구·경북 전략사업들의 정부예산 반영을 요구하기도 했다.

울산시 예산담당 관계자는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예산을 받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실정인데, 지자체장의 노력이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예산을 확보하려는 지자체장과 해당 공무원의 절박함이 중앙부처나 정치인들에게 잘 전달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울산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