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숙제 산더미… ‘부실’ 불보듯

1일 시작한 정기국회는 파행을 거듭해온 ‘세월호 정국’의 후폭풍으로 상반기부터 산적해온 과제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세월호특별법 등을 둘러싼 여야 장기 대치로 지난 4월 임시국회 때인 5월 2일 이후 120여 일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면서, 그간 풀지 못했던 모든 ‘숙제’들이 무더기로 9월 정기국회로 떠넘겨진 것이다.

특히 지난해 결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을 넘겨 이월된 데다, 정부의 한 해 업무를 감시·평가하는 ‘원샷’ 국정감사까지 이번 정기국회에서 실시하게 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또 국가개조 차원에서 추진된 정부조직 개편안은 무려 80일간 국회에 묶여 있는 등 시급 처리 법안이 산적해 있지만, 이들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 상임위원회는 6곳이 아직 법안심사소위원회 구성도 못하고 있다. 이에 국회가 산적한 과제를 이번 정기국회에서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선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냐며 ‘수박 겉핥기식’ 부실국회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 결산안 법정 처리 시한 넘겨 정기국회로 이월 = 1일 국회에 따르면 8월 말(정기국회 개회 전)이 법정 시한인 2013회계연도 결산안 처리는 정기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현재 결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와 본회의 의결을 남겨두고 있지만 여야는 아직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합의하지 못하고 있어 언제 처리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2004년 조기결산심사제도 도입 후 국회가 법정기한을 지킨 것은 2011년 단 한 번뿐이다.

◆ 분리국감 실패에 따른 정기국감 원샷 실시 부담 = 그뿐 아니라 당초 올해부터 분리해서 실시키로 했던 국정감사도 세월호법을 둘러싼 여야 간 대치로 지난 8월 26일부터 열흘간 하려던 1차 국감이 무산되면서 정기국회로 그대로 넘어왔다. 이에 따라 올해도 국감은 예년처럼 정기국회 회기 중인 10월에 20일간 ‘원샷’으로 실시되게 돼 정기국회 일정이 더욱 빠듯해졌다.

◆ 민생·경제살리기 법안 100여 개 무더기 계류 = 쟁점 및 민생법안의 경우 앞길이 더 험난하다. 현재 여야 정치 상황을 감안하면 세월호특별법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풀리지 않는 이상, 100여 개에 달하는 민생·경제살리기 법안에 대한 논의가 9월 정기국회에서 언제 시작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세월호특별법과 민생법은 분리 처리해야 한다며 민생·경제살리기 법에 대한 즉각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특별법이 최고의 민생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 문제 해결 없이는 다른 과제를 논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 6개 상임위는 법안심사소위조차 구성 못해 = 더욱이 현재 16개 상임위 가운데 정무·기재·교문·농해수·산업·환노 등 6개 상임위원회는 하반기 원구성 이후 석 달이 지나도록 법안심사소위마저 구성하지 못해 입법활동의 장애가 되고 있다. 강석훈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은 “아직 법안소위 구성도 못해 시급·중요 법안들이 법안 검토 및 심사조차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새정치연합 측은 “쟁점 상임위 중심으로 법안소위를 복수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9월 정기국회에서도 법안소위 문제를 두고 여야 간 갈등이 예상된다.

◆ 국가개조 위한 정부조직법 개편안 80일 넘게 발목 잡혀 = 세월호 참사 후 국가 대개조의 일환으로 추진된 정부조직개편안이 80여 일째 국회 상임위에서 표류 중이다. 정부는 지난 5월 19일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고 해양경찰청 해체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마련한 후 6월 11일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조직개편안이 제출된 뒤 안행위는 7번의 전체회의와 1번의 소위원회를 열었다. 하지만 정부조직개편안은 상임위 안건으로조차 오르지 못하고 있다.

현일훈·윤정아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