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덩어리 규제’ 혁파>기업활동 현장인 지자체서 규제 풀어야 경기부양 효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찬 회동에서 “(지방자치단체도) 민간투자와 소비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장 규제를 혁파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지방자치단체 규제개혁 진행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월 현재 지자체 등록규제 건수는 4만6912건으로 중앙부처 등록규제 1만5124건과 비교하면 3배나 된다. 그러다 보니 일선 기업 현장에서 “중앙정부 규제보다 지자체의 인허가 규제가 더 무섭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는 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2차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도 지자체 규제개혁 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규제개혁이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내려면 기업 활동과 가장 가까이에 맞닿아 있는 지자체부터 싹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1일 재계 등에 따르면 중앙정부가 아무리 규제혁파를 외치고 큰 틀에서 규제완화 방안을 마련해도 인허가 거부나 경직적인 제도 운영 등 지자체들이 꿈쩍도 않고 있는 경우가 많아 지자체 규제야말로 기업들을 골병들게 하는 규제라는 지적이 많다. 최 부총리가 이날 박 시장을 만난 것도 8월 12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발표한 한강개발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일대 한류 중심지 조성 등 투자활성화 대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안전행정부는 지자체 규제가 기업을 옥죄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4월 광역 시·도와 기초 시·군·구의 관련 규제를 연내에 10% 이상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지자체 등록규제가 5만2541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8개월새 5629건이 줄어든 셈이지만 여전히 4만 건이 넘는 규제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고, 중앙부처 등록규제와 비교하더라도 갈길이 멀다.

일례로, 충청도에 위치한 A업체는 소유 시설물들 사이로 도시계획선이 지정되면서 15년째 재건축도 못 하고 낡은 건물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토지는 이용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근 지역이 개발지역이 되면서 아파트와 도로가 생겨 사실상 도시계획선이 무의미해졌지만 해제가 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국토계획법에 따라 지자체 도시계획위원회가 해제를 권고할 수 있지만 “5년에 한 번씩 심의하고 결정한다”는 소극적인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전국 402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행정공무원에 대한 불만 사유로 ▲지자체장의 기업 애로 해소 의지 부족 42% ▲공무원의 소극적인 태도가 36%로 집계됐는데 1년이 지난 지금도 이 같은 문제점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산업단지 내 입주업체 관리비 징수제도가 폐지됐지만 인천시의 경우 입회금을 징수하고 있고, 충남 논산시는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민간 개발업자의 산업단지 개발 등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연구실장은 “중앙정부가 규제를 완화해도 지방에서 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중앙정부가 탄력적인 운영을 강조해도 경직적인 운영을 지속하는 곳이 많다”며 “규제개혁이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과 최접점에 있는 지자체가 실질적인 규제를 풀어 줘야 하고, 지역이나 공무원에 따라 규제 적용이 달라지는 행태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지자체 인허가 때문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심지어 공공기관도 부지를 이전해야 하는데 인허가와 부지 이전 관련 규제에 묶여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행부와 대한상의는 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지자체의 과도한 관리감독과 소극적인 업무태도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현재 관계부처와 협의하에 전국 17개 시·도의 행정시스템, 업무관행 및 행태에 대한 지역기업 체감도를 조사해 지자체별 규제 실태를 비교·분석해 왔는데 조만간 이를 바탕으로 한 ‘지방규제지도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발표할 계획이다.

박수진·김윤림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