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곳 없는 아이들에게 집을>사격장옆 민우네 집… 총소리 날때마다 화들짝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26일 원민우 군 가족이 경기 포천시 신북면 컨테이너 박스에다 철판과 비닐을 덧대 만든 집 앞마당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munhwa.com

초등학교 1학년인 원민우(가명·8) 군과 어린 여동생 원보라(가명·2) 양은 경기 포천시 신북면 도로 옆 공터의 무허가 집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산다. 집이라고 하지만 컨테이너 박스에 철판 등을 덧댄 것이 전부다. 8평(약 26㎡)의 좁은 공간과 단열과 환기가 안 되는 환경도 문제지만, 늘 사고에 노출된 민우와 보라의 안전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한국도로공사 소유 부지인 이곳은 수풀이 우거져 있어 멧돼지와 살모사 등 아이들에게 해를 끼칠 만한 야생동물도 자주 나타난다. 집 앞마당을 조금만 벗어나면 곧바로 차들이 쌩쌩 달리는 왕복 4차로 도로인 데다 인근에는 포천 육군 8사단 사격연습장이 있어 사격 훈련 때마다 불안에 떨고 있다.

김은정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장은 “민우와 같이 열악한 집에 사는 아동들이 늘 안전과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돼 왔다”며 “아동복지를 위해 주거환경을 보장해주는 법률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거빈곤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 2003년 주택법에 최저주거기준이 도입됐지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가구에 대해 정부 지원이 반드시 이뤄지도록 하는 의무조항은 없는 데다 지원 방식을 정한 하위 법령도 없다. 임세희(사회복지학) 서울사이버대 교수는 “강제력 있는 최저주거기준을 마련하고, 선진국과 같이 아동 중심의 주택정책 방향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8월 20일부터 시작된 문화일보의 ‘쉴 곳 없는 아이들에게 집을’ 기획보도 이후 사회 각계각층의 후원 문의가 이어졌다. 8월 28일 흙집에 살고 있는 강민정(가명·11) 양의 이야기가 보도된 뒤 정홍원 국무총리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측에 금일봉을 전했고,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주택 신축에 필요한 비용 5000만 원 전액을 후원키로 하는 등 크고 작은 성원이 답지했다.

문화일보는 1부 ‘쉴 곳 없는 아이들에게 집을’ 기획 보도에 이어 소외된 아동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학대받는 아이들에게 힘을’(2부), ‘꿈이 없는 아이들에게 희망을’(3부) 기획 시리즈도 계속 보도할 예정이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