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주 유럽行, 리수용 뉴욕行… 北 ‘고립탈피’ 주목

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가 이르면 이번주 후반부터 유럽을 순방할 것으로 2일 알려졌다.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이 이달 하순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는 상황에서 강석주의 이례적 유럽 방문이 더해지면서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이른바 ‘김정은식 외교’가 본격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강 비서의 순방중 북·미, 북·일 접촉을 벌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이들 국가의 외교당국을 통해 북핵 및 미사일 도발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북한을 간접 설득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강 비서는 이번 주 후반부터 독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를 차례로 방문한다. 벨기에에서는 유럽연합(EU) 측과의 일정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문은 형식적으로는 방문국 정당과의 당 대 당 교류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시기적으로 강 비서의 유럽 방문은 미국 정부 당국자의 극비 평양 방문설과 이달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뉴욕 유엔총회 참석 등과 맞물려 있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강 비서가 유럽에서 미국이나 일본측 인사들과 비밀 접촉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강 비서가 과거 유럽 지역에서 북·미 비공개 접촉을 주도했고, 북한의 핵 동결과 핵사찰·핵시설 해체의 대가로 경수로와 중유를 받고 북·미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네바 합의를 1994년에 만든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강석주가 방문하는 EU국가들이 북한문제에 대해 핵, 인권,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비판적 관여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를 통해 북한에 올바른 메시지가 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북한의 고립탈피 노력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별 소득은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강석주의 북·미, 북·일 접촉 가능성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외교를 가동하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 “지난해 말 장성택 처형 이후 체제가 어느정도 안정됐다고 판단하고 도발 일변도에서 외교국면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미국이 그 주요 핵심 대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북한 외교수뇌부의 움직임이 김정은 주도의 새로운 전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고재홍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전날 자강도에서 단거리 발사체 1발을 동해로 발사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 군부와 외교파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북한 외교파들은 올해 9월을 대미, 남북관계 변화를 가져올 마지막 기회로 보고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