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법원 1심 재판 ‘엉망진창’…계급 낮을수록 오류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 이후 군 사법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국방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군사법원 1심 재판의 오류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임내현(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군인과 군무원 등이 연루된 형사사건 심리를 전담하는 군사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등군사법원의 파기자판(破棄自判)은 2010년 125건, 2011년 162건, 2012년 177건, 지난해 171건으로 최근 3년 새 3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고등군사법원의 전체 재판은 2010년 311건, 2011년 331건, 2012년 318건, 지난해 326건으로 불과 4.8% 증가했다. 파기자판은 원심 판결에 오류가 있을 때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원심 판결을 파기한 뒤 상급법원이 독자적으로 재판단해서 새로운 판결을 내리는 것이다.

계급별로는 일반병사 관련 파기자판이 2010년 125건에서 지난해 171건으로 가장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사관 관련 파기자판은 30건에서 27건으로 오히려 감소했고, 장교 관련 파기자판은 23건에서 24건으로 단 1건 증가하는 데 그쳐 계급이 낮은 군인의 1심 재판의 오류가 더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1심 재판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법원의 1심 재판의 오류로 인한 파기자판 건수의 증가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군법무관 출신 한 변호사는 “1심은 사건 기록을 최초로 검토하고 판단하는 재판으로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민간법원에서도 1심 재판장이 더욱 기록을 세심하게 읽는 추세”라며 “군사법원 1심 재판부의 반복되는 오류는 군선고 절차를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군대 내에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임내현 의원은 “잇따른 군부대 가혹행위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가 병영문화 혁신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군 사법개혁 없이는 임기응변성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