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1 부동산대책, 왜곡된 住宅시장 정상화 계기 돼야

정부가 당정협의를 거쳐 내놓은 ‘9·1 부동산대책’은 재건축 규제를 집중 타깃으로 삼았다. 재건축 가능 시점을 준공 후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대폭 줄였다. 1987∼1991년 서울에서 완공된 24만8000가구 아파트가 적용 대상이고, 이중 3만7000가구는 강남3구에 있다. 재건축에 필요한 안전진단 또한 건물 구조에 초점을 맞추던 것을 주차장·층간소음 등 주거환경 요소를 포함시켰다. 재건축을 막아온 양대 걸림돌이 해소된 셈이다.

재건축은 특히 서울 집값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변수였다. 2000년대 중반 재건축 열풍이 몰아친 강남 지역은 주택(住宅)가격 급등의 진원지였다. 숱한 부동산 규제들은 당시 노무현정부가 ‘강남 부자’들을 겨냥해 2중, 3중 ‘대못’을 쳤던 유물이다. 9·1대책은 근 10년 만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부동산시장 족쇄를 제거했다는 의미가 있다. 국회에 계류중인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및 소형주택 의무비율 폐지를 담은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재건축 규제는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다.

사실 도심은 시장 수요를 충족시킬 양질의 주택 공급 여력이 큰 곳이다. 서울만 해도 현재 라이프스타일에 맞지않아 불편한 아파트가 적지않다. 합리적 수요는 수용해 비효율 공간을 최적화하는 것도 긴요한 주택정책이다. 도심 재건축을 지나치게 묶는 바람에 주택 공급이 서울 외곽에 집중되면서 미분양 사태를 촉발한 측면도 있다. 정부가 이번에 택지개발촉진법을 34년 만에 폐지하면서 “더 이상의 신도시는 없다”고 선언한 것도 도심 재건축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다.

최경환 경제팀이 과감한 조치로 침체된 주택경기를 확실히 살려내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잘한 일이다. 온갖 규제들로 왜곡된 주택 수요·공급 시스템의 정상화 계기라는 의미도 있다. 다만, 경기 부양에 너무 집착하면 정책 간 충돌이 생기고, 부작용도 나올 수 있다. 강남 재건축 시장이 활기를 띠면 이사 수요를 불러 전세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 임대 건설 비율 완화는 서민 주거 여건을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 부동산시장 여건 변화로 과거와 같지 않다 해도 투기 수요가 끼어들 여지는 항상 존재한다. 이런 후유증까지 치밀하게 대비하면서, 그동안 비정상을 키워왔던 부동산시장을 정상으로 돌린다는 목표로 추진해야 한다. 그러자면 여러 차례 대책을 통해 내놨던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부동산 법안들이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