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소 2년 돼서야 첫 공판 여는 이석기 國庫사기 사건

내란선동죄와 국가보안법 이적(利敵)동조죄 혐의로 지난달 11일 항소심에서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상고심에 계류중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또 다른 형사 사건인 국고(國庫)사기·횡령사건 1심 첫 공판일이 22일로 잡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는 이 피고인이 정치컨설팅 및 홍보·광고 기획업체 CNC(현 CNP)를 통해 2010년, 2011년 광주·전남 교육감 선거 등에서 선거비용을 부풀려 국고 보전비 4억여 원을 가로채고, 법인자금 2억3100만 원을 횡령한 사건의 공판준비기일을 1일 제10차로 마무리했다.

2012년 10월 9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의 기소일로부터 근 2년 돼서야 심리가 본격화하는 것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법조 격언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재판의 지연’이다. 게다가 앞으로의 심리마저 신속히 진행될지 의문이다. 재판부가 지난해 9월 26일 재판에 부쳐진 내란선동·음모 사건에 여태 밀려온 점을 의식해 ‘4, 5개월 이내 종결’을 목표로 주 1∼2회의 집중심리 방침을 밝혔지만 변호인 측이 방어권·변론권 보장을 앞세워 난색이기 때문이다. 물론 함께 재판받는 피고인이 13명에 이르고 공·수(攻守) 양측의 증인이 80여 명에 달해 주신문-반대신문만도 오래 걸릴 것이다. 그러나 ‘내란의 죄’ 사건이 기소 후 1, 2심 선고까지 각각 4개월여, 10개월여 소요된 사례와 대비할 때, 4∼5개월 이내 마무리하기 어렵다는 변호인 측 주장은 소송지연 책략으로 비칠 수 있다.

소송촉진특례법 제21조의 판결기간 1-2-3심 각 6-4-4개월 명문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형사재판을 신속히 진행해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재판부 책임이다. 더욱이 국고사건의 피해자는 국민이고 선고형량 여하에 따라 이 피고인의 의원직도 걸려 있는 만큼, 심리 일정이 늦어지면 재판부가 정의를 지연시켜 불의와 협연(協演)한 것으로 비판받을지 모를 상황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