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회의 앞둔 기업들 “회의 백날하면 뭐해”

“규제개혁회의만 백날 한들 소용이 있습니까. 공무원들의 의식이나 현장을 모르는 탁상규제는 그대로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가 3일 오후 열리는 가운데 “규제개혁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기업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자신들의 규제개혁 실적을 홍보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규제개혁을 약속했다가 이를 번복하거나 기업인들의 규제개선 요청을 외면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3월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고 강도높은 규제혁파를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현장의 규제는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규제개혁에 역행하고 있는 각 부처들의 사례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문화일보는 환경부가 폐기물 낙하방지 및 비산먼지 억제를 명분으로 건설 폐기물 운송트럭에 금속 또는 그에 준하는 재질의 덮개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건설폐기물의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의 규정을 개선이 필요한 규제 사례로 지적한 바 있다.(문화일보 4월 10일자 10면 참조) 문화일보 보도 이후 환경부도 해명자료를 통해 제도의 보완 방침을 밝혔었다. 하지만 5개월여가 지난 상황에서 다시 점검해본 결과 규제개혁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폐기물 운송트럭 덮개 규제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해왔던 한국건설자원협회 관계자는 “지난 7월 환경부와 간담회에서 규제 개선을 다시 건의했음에도 ‘법안 시행에 대한 환경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환경부는 규제개혁 의지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벤처기업인들이 중소기업옴부즈만실에 4년째 개선을 건의하고 있는 외국인 고용 가능업종 규제도 전혀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옴부즈만실은 건의를 바탕으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 현행 농수산업·제조업뿐만 아니라 물류·서비스업종으로까지 외국인 고용가능 업종을 확대해 줄 것을 건의했지만 “내국인 전체 일자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안 된다”는 똑같은 답변만 돌아오고 있다.

옴부즈만실 관계자는 “고용부가 규제의 근거로 제시한 전 업종의 인력부족률(3%)은 물류·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들과 지방소재 기업들의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탁상 위 수치”라며 “정부가 중소업계 현장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