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간첩, 할머니’의 혼, 미디어아트로 ‘부활’

  • 문화일보
  • 입력 2014-09-0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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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전시장에서 미디어아트와 굿이라는 이질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귀신, 간첩, 할머니’라는 전시 제목도 별나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2일 시작된 ‘미디어시티서울 2014’(11월 23일까지)는 미디어아트 중심의 격년제 비엔날레다. 올해엔 일반인 공개에 앞서 1일 오후 중요무형문화재 서울새남굿 예능보유자인 이상순 만신이 주도하는 개막공연이 진행됐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고, 미술행사의 성공을 빌며 20세기 초 재판소였던 미술관의 장소성을 일깨우는 상징적 이벤트에 김홍희 미술관장과 국내외 작가들도 참가했다.

올 미디어아트서울은 민간위탁사업에서 미술관 직영으로 바뀐 첫해. 박찬경 예술감독은 ‘귀신, 간첩, 할머니’라는 제목으로 현대미술을 통해 아시아의 오늘을 재조명했다. 박 감독은 제목 속 세 키워드의 공통점으로 “잘 안 보이고, 보이면 놀라운 이중적 존재이자 ‘전형적인 타자’이며 동시에 매혹과 금기의 대상”이라고 지목했다. 미술공간에서 귀신이미지와 더불어 식민시절 경험이라는 아시아의 역사와 전통을 짚어낸다. 또 간첩은 냉전의 기억을, 할머니는 가부장제 사회를 거친 여성을 상징한다.

올해 출품작가는 17개국 작가 42개팀. 이전 미디어아트비엔날레가 첨단 미디어 위주로 오락 게임적 요소가 강했다면, 미디어작가가 예술감독을 맡은 올 전시는 진중한 주제와 메시지의 영상·사진 위주로 예술영화 상영관 같은 분위기다. 영국작가 미카일 카리키스는 전시 제목이 그렇듯 대부분 할머니들인 제주 해녀에 초점을 맞춘 영상을 공개한다. 해녀들이 호흡하는 숨비소리가 돌고래 울음소리처럼 울려 퍼지는 공간에서 영상 속 해녀들은 노동요를 부른다.

20세기 초 고등재판소였던 미술관에 당시 법정을 재현한 것은 일본작가 다무라 유이치로다. 그는 1764년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조선통신사 수행원 최천종이 통역자였던 하급무사 스즈키 덴조에 의해 살해된 사건을 영상으로 옮기고 법정을 되살린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양혜규는 바람과 소리를 끌어들인 신작(사진)을 선보인다. 무녀가 흔드는 방울을 연상케 하는 금속방울과 바람을 일으키는 선풍기 등 금속소재의 신작은 시각 뿐 아니라 촉각과 청각을 흔든다.

간첩의 이중생활을 주목한 일본작가 요네다 도모코는 태평양전쟁 전 간첩들의 비밀아지트를 당시 구식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발표한다. 베트남 작가 딘 큐 레는 동양풍 서양가구를 바리케이드처럼 쌓으며 프랑스 식민주의에 맞선 베트남과 알제리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북한 김일성 주석의 교시로 1959년 설립돼 아프리카 지역에 대형 기념비, 공공건축물을 제작한 북한 만수대 스튜디오를 주목한 최원준 씨의 ‘만수대 마스터 클래스’도 눈길을 끈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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