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都市 변화에 걸맞은 부동산정책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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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한양대 교수·도시공학

추석을 앞두고 또 하나의 부동산시장 정상화 대책이 지난 1일 발표됐다. 골자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국회에서의 입법이 요구되지 않는 시행령 수준의 변화를 통해 완결될 수 있는 대책들의 모음이라는 점이다. 지난번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이전 대책과 달리 즉각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주었듯이 이번 대책도 시장에 확신을 주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재건축 및 재개발 규제 완화, 청약제도 개편, 전매제한 완화 등 기존 규제 완화 대책과 신도시 개발 포기, 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 등의 포괄적인 대책을 담은 적지않은 대책의 내용에 대한 반응은 이젠 풀 건 다 풀었다는 반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몇 번의 대책이 나올 때마다 언론은 이젠 풀 건 다 풀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것도 관련 법령의 개정 없이, 이만큼 풀 것이 남아 있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도대체 그동안 얼마나 시장을 옥죄어 놨던 것인가.

여러 세부 대책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재건축 관련 규제의 완화다. 서민을 포기한 건설회사와 투기자를 위한 대책이라는 비판이 있는 듯하다. 이번에 완화 대상이 된 것들의 대부분은 노무현정부 시절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끊임없이 도입된 규제책들 가운데 일부다. 한 예로 재건축 연한은 20년이었다. 서울시의 조례로 인해 40년으로 강화됐다. 이번 대책인 30년은 어찌 보면 규제 강화 이전 수준에 못 미치는 완화다. 20년이 옳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규제의 계속적인 강화로 인해 알게 모르게 우리를 옭아매고 있던 규제책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이번 도시 재정비 규제 합리화 대책은 주택시장을 활성화하는 단기적인 효과를 떠나 중요한 장기적 정책 변화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머잖은 장래에 피할 수 없이 다가올 인구 감소 및 급속한 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도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한다는 점이다. 성장기 도심의 재개발을 억제한 결과 고용 중심지에 가까운 주거지역은 5층으로 남고, 30㎞ 떨어진 신도시는 30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기형적인 도시 구조를 갖게 됐다. 이런 도시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에 서서 출퇴근해야 한다.

이러한 도시 구조는 젊은 일꾼이 많은 성장기에는 견뎌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고령인구가 절반에 이를 도시에서는 버티기 힘든 모습이다. 이를 바꿔 다가올, 인구 감소에 따른 저성장 시기에 버틸 수 있는 도시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도심 인접 지역의 활용도를 도시 외곽에 비해 더 높게 하는 것이다. 이는 어찌 보면 재건축 과정에서 누가 더 많은 부(富)를 가져가는지에 대한 단기적인 갈등보다 더 중요한 장기적인 파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선택이다. 도시 외곽의 신도시 개발 포기와 결합된 이번 재정비 규제 합리화 대책은 그런 큰 방향의 변화를 시작하는 기초를 만들어가는 성격을 지닌다.

요즘 광고 중에서 노후 대책을 도와준다는 보험 광고가 유난히 마음을 끈다. 급성장하던 시기의 시장 상황에 대한 안 좋은 기억에 매달리다 보면 얼마 안 있어 다가올 노년기 도시에 대한 준비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통한 발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전히 국회에는 재건축부담금 폐지, 분양가 폐지 등 법안 통과를 기다리는 대책들이 쌓여 있다. 앞으로 풀어야 할 가장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정책 변화는 임대소득세의 징수와 결합된 종합부동산세 폐지다. 적잖은 갈등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제시된 시장 정상화 방안이 조속히 안착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