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다 어학코스… 동남아 취업 1위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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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외대 남산동 캠퍼스에서 정용각 대외부총장(왼쪽 네번째)과 이정배 교학부총장(오른쪽 세번째)이 만오기념관을 뒤로 하고 학생들과 힘찬 점프를 하고 있다. 부산외대 제공

정해린(75·사진) 부산외대 총장은 “학교를 잘 모른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정 총장은 1962년 국내 최초의 합판수출회사인 성창기업에 입사한 뒤 평생을 수출 역군으로 일해오면서 성창기업과 학교법인 성지학원을 이끌어왔다. 그러다 ‘총장’이라는 자리가 학생들에게 보다 좋은 학습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직책이라는 생각으로 70세가 넘은 2011년 3월 부산외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이 때문에 학교와 학생들에 대한 그의 열정은 남다르다.

정 총장의 학교와 학생들을 위한 열정은 지난 2월 17일 부산외대 신입생들이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던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오후 9시 15분쯤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던 리조트 2층 체육관 천장이 붕괴되면서 학생 9명과 이벤트 회사 직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그는 사고 발생 2시간여 만에 부산에서 90㎞ 가량 떨어진데다 폭설로 자동차 진입이 어려웠던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상황 파악과 수습에 나섰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8월 25일에는 러시아 부랴트공화국의 수도 울란우데에 있는 부랴트대학(BSU) 내 세종학당 현판식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해 출국하려다 시간당 130㎜의 폭우가 쏟아진 남부지역 폭우로 학교의 비 피해가 우려된다는 소식을 접한 뒤 40분 만에 출장을 취소하고 부산으로 급히 되돌아갔다. 현지의 교육부장관 등이 참석하려던 행사였으나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이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되돌린 발길이었다. 학교로 돌아온 정 총장은 다음날 비가 그치자 곧바로 수해복구에 나서 진입로 포장을 다시 깔고 비에 쓸려 내려간 경계석을 복구해 언제 수해가 났느냐는 듯 말끔히 정리했다. 개학을 앞둔 학생들이 맘놓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총장의 역할이라는 그의 신념 때문이다.

이 같은 정 총장의 열정은 곧바로 각종 역량 평가에서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외대는 지난 6월 말 발표한 교육부의 대학특성화사업(CK)에서 비공학(인문) 분야에서는 전국 최다인 5개 사업단이 선정되면서 앞으로 매년 39억9900만 원씩, 5년 동안 200억 원가량을 지원받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교육부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 관리 인증기관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법무부의 사회통합프로그램 동남권 거점운영기관으로도 지정됐다. 또 중남미지역원, 동남아지역원, 지중해지역원 등 인문한국(HK) 3개 해외 지역원은 10년간 170억 원의 지원금을 받아 해외에 진출하는 대기업 및 협력기업의 인력수요에 부응하는 교육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그를 지난 1일 부산 금정구 금정산 자락의 남산동 캠퍼스 집무실에서 만났다. 33㎡(약 10여 평) 크기의 접견실에는 그 흔한 그림 한폭 걸리지 않은 채 나무탁자와 소파 4개가 전부였다.

―올해 교육부 대학특성화사업에서 부산외대가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6개 사업단을 신청했는데 ▲동남아 창의인재 사업단 ▲J-BIT 스마트 융합 사업단 ▲다문화 창의인재양성 사업단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글로벌 창의 사업단 등 5개 사업단이 선정됐습니다. 특히 동남아 창의인재 사업단은 우리대학에 있는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미얀마·캄보디아어과 등 동남아 11개 국가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동남아시아 학부를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 최다의 어학과정을 통해 동남아 분야 취업 및 창업에서 전국 1위를 달성할 것입니다.”

―대졸 취업난이 심각한 수준인데 부산외대의 취업 전략은 어떤지요.

“부산외대의 취업 전략은 외국어 특성화대학이라는 경쟁력을 살려 해외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1년, 2013년 교육부가 발표한 해외 취업자 부문에서 각각 90명과 91명으로 전국 대학 가운데 1위에 올랐습니다. 우리 대학은 부산시와 연계한 ‘해외인턴 취업 지원 사업’을 통해 해외취업자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일본 현지 취업의 경우 일본 업체와 협약을 맺고 4학년 우수생을 대상으로 집중교육(정보기술(IT)프로그램+고급일본어)을 실시한 뒤 수료자를 현지에 파견하고 있어요. 특이한 것은 일본 내 IT 기업들이 부산외대를 방문, 직접 면접을 통해 학생들을 채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국어 특성화대학이라는 특성을 살리려면 다양한 외국어 학습능력과 현지 문화 습득 기회가 제공되어야 할 텐데요.

“물론입니다. 우리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를 비롯해 12개국 39개 대학에서 2년간 학점을 이수하면 우리대학과 외국의 해당대학에서 모두 학위를 받을 수 있는 ‘2+2 해외복수학위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 명문 칭화(淸華)대와 일본의 와세다(早稻田)대 등 22개국 74개 대학에서 1년 또는 1학기를 유학하며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3+1, 7+1 장단기 수학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학생 1인당 300만 원 정도의 장학금으로 미국과 필리핀에서 1학기 동안 공부하며 학점을 인정받는 ‘SAP 해외학기제도’도 빼놓을 수 없는 해외 유학프로그램입니다.”

―대학교육에 있어 중점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부산외대는 공인어학성적, 각종 자격증 등 스펙도 중요하지만 대학 단계에서 학생들이 섬김으로 행동하고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행동하는 인성을 가르치고자 합니다. 인성을 갖추고 사회와 기업이 꼭 필요로 하며,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면서 전 세계를 무대로 도전·탐구·봉사하는 인재를 키우겠다는 것입니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