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신의 손’(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과 웹툰 작가 강풀의 원작을 소재로 한 영화 ‘26년’과 ‘이웃사람’. 할리우드 역시 ‘어벤져스’와 ‘닌자터틀’ 등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가 잇따라 제작되고 있다.
충무로 유명 제작사 사무실을 찾아가보면 책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만화책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영화의 소재를 떠올리거나 리메이크를 타진하기 위해 만화책을 적극 활용하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만화책을 펼치기보다 컴퓨터를 켜고 스마트폰을 손에 쥔다. 웹툰을 보기 위해서다. 온라인이라는 거대한 세상 속에서는 트렌드에 맞춰 수많은 웹툰들이 명멸하고 영화화되며 만화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웹툰-만화 원작에 기반을 둔 영화는 순수한 창작물이라 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런 류의 영화들이 앞다투어 제작되는 일종의 쏠림 현상이 생기면서 창작 콘텐츠의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만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가 자주 만들어졌다. 추석연휴 기간 개봉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타짜-신의 손’은 2006년 제작된 ‘타짜’에 이어 또다시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허 화백의 만화는 특히 충무로 영화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지난해 한·중 합작 프로젝트로 제작된 ‘미스터 고’를 비롯해 ‘식객’의 젖줄도 허 화백의 원작이었다. 이외에도 일본 만화를 토대로 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와 ‘올드보이’가 영화로 제작돼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00년대 후반으로 넘어가며 만화의 바통은 웹툰이 이어받았다. 만화계에 허영만이 있다면 웹툰계에서는 강풀이라는 걸출한 작가가 있다. ‘아파트’를 시작으로 ‘바보’와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이웃사람’ ‘26년’ 등 6편이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지난해에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전설의 주먹’ ‘더 파이브’ 등 웹툰에 기반을 둔 영화가 내리 개봉됐다. 게다가 배우 이병헌과 주원이 각각 주연을 맡은 ‘내부자들’과 ‘패션왕’ 역시 웹툰에서 출발해 제작에 한창이다.
이런 분위기는 할리우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추석연휴 기간 ‘타짜-신의 손’과 자웅을 겨룬 ‘닌자터틀’은 ‘닌자 거북이’라고 국내에 소개됐던 동명의 만화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올해 한국 영화시장 외화 흥행순위를 보면 1위를 차지한 ‘겨울왕국’(1029만 명)부터 3∼5위에 각각 오른 ‘엣지 오브 투모로우’(469만 명)와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431만 명),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416만 명), 7위에 오른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396만 명)가 모두 원작 만화에 기댄 작품이다. 특히 마블코믹스가 창조한 엑스맨, 스파이더맨, 헐크,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와 이들을 한데 묶은 ‘어벤져스’ 시리즈가 전 세계 시장에서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만화 같은 이야기를 실사로 구현할 만큼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 기술이 좋아졌기 때문에 만화와 웹툰을 영화로 옮기는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기본은 볼거리보다 내러티브인 것을 감안하다면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려는 노력 없이 인기 웹툰을 바탕으로 안정된 수익을 내려고 몰려드는 제작자들의 행태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한 원작의 인기가 영화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와 ‘순정만화’ ‘전설의 주먹’ ‘더 파이브’ 등은 혹평을 받으며 흥행에 실패했다. 제작비를 무려 225억 원이나 투입한 ‘미스터 고’ 역시 흥행에 참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 중에서도 원작의 완성도를 뛰어넘었다고 평가받는 작품은 손에 꼽힌다.
만화와 웹툰은 콘텐츠의 특성상 과장과 비현실적 요소가 용인되지만 영화는 리얼리티에 기반을 둬야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스크린으로 옮긴 만화는 만화 특유의 장점을 잃어버리곤 한다.
이 관계자는 “원작에 대한 기대감이 영화 홍보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원작만 못하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관객수가 급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기 있는 원작을 기반으로 했다는 건 ‘전가의 보도’가 아니라 ‘양날의 칼’이다”고 충고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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