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섭정’하며 당권 앞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계의 ‘간판’ 격인 문재인 의원이 박영선 체제를 ‘수렴청정’하면서 ‘당권 앞으로 가’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문 의원은 세월호특별법 여야 대치 국면에서는 동조 단식으로 강경파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 데 이어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에 ‘비토’를 놓으며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의 행보에 사사건건 태클을 걸고 있다. 박 위원장의 리더십 위기에 따른 ‘힘의 공백기’에 문 의원이 수렴청정하는 형국이다.

내년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와 맞물려 문 의원의 움직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또 한 명의 당권 주자인 정세균 전 대표도 중도·진보 노선 강화를 주장하면서 공개적인 당권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야당에서 당권 도전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2일 새정치연합 관계자에 따르면 문 의원은 이 교수의 영입 추진 사실을 박 위원장으로부터 전해 듣고 “(이 교수는) 좋은 분이고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당내 반발이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접적이기는 했지만 반대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 의원은 이에 앞서 박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조국(법학) 서울대 교수의 영입작업에도 일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은 이에 앞서 ‘유민아빠’ 김영오 씨가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을 할 때 동조 단식을 하며 박 위원장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문 의원의 의도와 관계없이 동조 단식은 박 위원장이 두 차례 성사한 세월호특별법 협상안에 대한 반대 흐름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문 의원은 “대표 중심의 단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대표의 최근 발걸음도 한층 바빠지고 있다. 11일 자신이 주최한 ‘정치와 정당의 혁신을 위한 릴레이 세미나’에서 “우리 당의 정체성은 중도진보를 확고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노선 방향이) 좌냐 우냐를 이야기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박병석·이미경·강기정·최재성 의원 등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30여 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