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정수정·최승현을 아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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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으로 배우 활동, 연기력 인정받는 아이돌

도경수, 정수정, 최승현을 아시나요? 그렇다면 엑소, 에프엑스, 빅뱅은 아시나요?

연결을 하자면 도경수는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디오(첫번째 사진), 정수정은 걸그룹 에프엑스의 멤버 크리스탈(가운데), 최승현(오른쪽)은 빅뱅의 탑이다. 본명보다 가수로 활동할 때 쓰는 예명으로 더 유명한 이들은 연기도 겸하는 일명 ‘연기돌(연기+아이돌)’이다.

연기돌은 표면적인 뜻 외에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다. 가수로서 유명세를 활용해 연기경력에 비해 크고 과분한 배역을 맡는다고 읽히기도 하고, 연기를 하는 아이돌일 뿐, 배우는 아니라는 혹평도 포함된다. 반면 아이돌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평가절하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은 배우로서 정체성을 찾기 위한 방안으로 본명을 찾는다. 스스로 유명한 아이돌로서 후광을 떨쳐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최근 종방된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걸출한 연기돌을 탄생시켰다. 주인공 장재열(조인성)에게만 환영으로 보이는 한강우 역을 맡은 도경수는 엑소의 멤버로 활동하며 불리던 예명인 디오를 과감히 버렸다. ‘괜찮아, 사랑이야’의 시청자 게시판과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엑소’가 아닌 ‘신인배우’ 도경수를 칭찬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는 극중 섬세한 감정 연기와 안정된 대사 처리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르며 ‘괜찮아, 사랑이야’의 최대 수혜자라 평가받고 있다.

‘괜찮아, 사랑이야’의 바통을 이어받은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여주인공 정수정은 에프엑스의 멤버 크리스탈이다. 그의 이름을 영어로 옮긴 크리스탈로 활동하던 정수정은 연기를 할 때는 본명을 되찾는다. 그동안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과 ‘상속자들’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정수정은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다. 도경수와 정수정이 속한 SM엔터테인먼트 김은아 홍보실장은 “대중이 듣기만 해도 알 수 있는 이름을 두고 낯선 본명을 쓴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배우로서 온전히 평가받기 위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충무로에서도 본명을 되찾은 연기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추석 연휴 기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타짜-신의 손’의 주인공 함대길은 빅뱅에서 래퍼로 활동 중인 최승현의 몫이었다. 2010년 작인 영화 ‘포화 속으로’부터 주연급 배역을 맡고 있는 최승현은 어느덧 배우로서도 ‘가수 탑’을 능가할 만한 위상을 갖췄다.

유명 가수들이 연기 활동을 겸하며 예명을 뒤로 하고 본명을 택하는 건 새롭지 않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로 4년 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하는 가수 비는 ‘배우 정지훈’으로 대중 앞에 서고, 현재 방송 중인 KBS 2TV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의 주인공을 맡고 있는 배우 문정혁은 그룹 신화의 멤버 에릭이다.

김영섭 SBS 드라마국장은 “본명과 예명을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를 선택하는 배우들의 마음가짐만은 다르다”며 “유명 가수로서 후광을 입는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런 선입견을 딛고 배우로 인정받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