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국민에 대한 의무 못한 의원들, 세비 반납해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단호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한 뒤 자리 앞에 있는 모니터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정국과 국회의 장기 파행을 불러오고 있는 세월호특별법 제정 논의와 관련, 16일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면 대한민국의 법치와 사법체계는 무너질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오랜 국회 공전 과정에서 침묵을 지키던 박 대통령이 세월호 정국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향후 정국에 상당한 반향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통해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주자는 주장에 대해 일부에선 ‘대통령이 결단하라’고 하지만 그것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여야의 2차 합의안은 여당이 추천할 수 있는 2명의 특검 추천위원을 야당과 유가족 동의가 없으면 추천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이는 특별검사 추천에 대한 유족과 야당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여당의 권한이 없는 ‘마지막 결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저는 진도 팽목항에서 유족들과 만나 그분들의 애로와 어려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고 그 바탕 위에서 진상규명을 하면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그런데 지금의 세월호특별법과 특검 논의는 이런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들의 합의안이 두 번이나 뒤집히고 그 여파로 지금 국회는 마비상태”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특별법은 순수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담아야 하고 외부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국회 장기 공전 상태에 대해 “온국민이 하나가 되어서 국가적으로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국회가 제 기능과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것은 국민을 의식하지 않고 ‘정치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것(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세비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나가는 것이므로 국회가 국민에 대한 의무를 행하지 못할 경우 국민에게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한 세간의 루머에 대해서도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면서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