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론분열·국회마비 사태 ‘정면대응’… 朴의 ‘최후통첩’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침몰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도록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는 유족 등의 주장에 대해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은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국론 분열, 국회 마비 사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특별법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피력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실상 유족 및 야당의 끈질긴 요구에 대해 박 대통령이 ‘최종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세월호특별법과 관련, 특별검사 추천에 유가족과 야당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한 조치 이상의 양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여당이 추천할 수 있는 2명의 특검 추천위원에 대해 야당과 유가족의 동의를 거치도록 한 여야 2차 합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이는 특검 추천에 대한 유가족과 야당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여당의 (특검 추천)권한이 없도록 한 ‘마지막 결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결정이 헌법과 법률 정신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주자는 주장은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이를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삼권분립을 흔드는 일’로 규정했다. 지난 5월 19일 대국민 담화, 7월 10일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회동 이후 세월호 관련 언급을 꺼려왔던 박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명분으로 내걸고 직접 세월호특별법 논란 정리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정면 돌파 시도로 여야는 물론 청와대와 야당의 충돌은 더욱 격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자신을 향한 일부 국회의원의 모독 행위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국회선진화법 상의 ‘정부 예산안 국회 본회의 자동부의’ 조항까지 거론한 것도 이런 충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박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한 세간의 루머에 대해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고 개탄했다. 박 대통령은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한 항간의 루머를 직접 언급하며 비판적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