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월호 노란리본이 ‘치외법권 완장’일 수 없다

17일 새벽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지도부와 대리운전기사의 폭행 사건은 ‘술자리 이후 추태’ 차원을 넘어선다.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세월호 시국이 5개월을 넘기면서 일종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월호특별법 논의와 별개로 국회에서 다른 국가적 안건 처리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국민 인식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책위가 17일 지도부 9명의 총사퇴를 결정한 것도 이런 심각성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대책위의 김병권 위원장 등 유족 5명은 16일 밤늦도록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서울 여의도에서 회식하고 술을 마신 뒤 대리기사를 불렀고, 밤12시쯤 식당에 도착한 대리기사가 30여 분 기다리다 지쳐 키를 돌려주는 과정에 붙은 시비와 폭행이 심야 난투극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일단 김 의원과 대책위 측이 사단(事端)을 연 것은 분명해보인다. 더욱이 의원 신분을 밝힌 김 의원 측과 대리기사가 ‘의원에게 공손하지 못하다’, ‘의원이면 굽신거려야 하느냐’고 언쟁부터 했다는 목격 시민의 ‘증언’도 전해지고 있다. 대리기사를 기다리게 하면 부른 측이 미안해하며 돌려보내거나, 그만큼의 추가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상식인데, 그런 측면에서도 김 의원과 대책위 측 대응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의 실상은 수사를 통해 엄정히 가려져야 한다. 그와 별개로 유가족들의 요구와 행동을 어느 선까지 수용·용인해야 하느냐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노란 리본은 한때 국민 정서의 대변(代辯)이었지만 반(反)박근혜 집회시위의 표지판으로 변용되면서 탈색돼왔다. 그럼에도 마치 ‘치외법권(治外法權) 완장’으로 여기는 듯한 행태는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이 상징적이다. 광화문의 천막농성장부터 ‘불법’이다. 박 대통령에게 막말을 퍼부은 유족 김영오 씨, 동조 단식한 문재인·정청래 의원, 천막촌 길을 연 박원순 서울시장, 청와대 옆에 천막을 친 정봉주 전 의원 등도 그렇다.

이번 사건의 본질도 노란리본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오죽하면 사건을 신고했다가 현장에서 함께 폭행당하고 경찰 조사까지 받은 30대 시민이 “살인사건에도 안 나서겠다”고 할 것인가. 우선 정치권부터 완장이 법치를 얼마나 황폐화시키고 있는지 직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