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방통위가 도입하려는 ‘광고총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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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年 1000억 추가수익 추산…‘독과점’ 심화

제3기 방송통신위원회가 8월 초 발표한 주요 정책 추진과제 중 광고총량제가 관련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지만, 나머지 케이블·종편·인터넷TV(IPTV)들은 특정 진영의 이익에 편향된 조치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상태다. 광고총량제 시행에 따라 방송사가 광고의 종류와 횟수, 광고시간 등을 맘대로 정하게 되면 이른바 ‘노른자위 광고’는 지상파에만 쏠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그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방송 규제완화인 광고총량제는 기득권자인 지상파에 중간광고 등을 통해 더 고가의 광고가격을 받을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다. 이를 뒤집으면 광고시장의 경쟁자인 나머지 방송매체들은 ‘부익부 빈익빈’ 효과로 수익악화에 몰릴 수 있다는 뜻이다. 미디어의 먹거리, 광고의 총량규제란 제도를 해부해본다.

1. 광고총량제란

방송광고의 종류·시간·횟수·방법은 방송사 자율에 맡기고 전체 광고량만 규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와 규제 단위에 따라 시간당 총량제, 프로그램 편성시간당 총량제, 일일 총량제로 나뉜다.

시간당 총량제는 1시간 동안 허용되는 광고시간의 총량을 정하는 방식이고, 프로그램 편성시간당 총량제는 편성된 프로그램 시간의 일정 비율만큼 광고시간의 총량을 할당하는 것이다.

또 일일총량제는 하루 중 광고를 할 수 있는 총 시간을 정하는 방법이다. 2012년 현행 방송광고 제도는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종류와 시간 및 횟수 등을 정하고 있다.

2. 현행 광고규제 실태

현재 지상파 TV방송은 7가지 광고 종류에 대해 칸막이식 규제를 적용하고, 유료방송에는 토막·자막광고를 개별 규제하고 있다. 지상파 광고의 유형은 비상업적 공익광고, 가상광고, 간접광고를 제외한 방송프로그램광고, 토막광고, 자막광고, 시보광고의 4가지이다.

방송프로그램광고는 프로그램 전후(방송프로그램 시작 타이틀 고지 후부터 본방송프로그램 시작 전까지)에 방영되며 전체 방송시간의 10%를 초과할 수 없다. 토막광고는 횟수와 시간을 제한하고 1시간에 최대 3분을 넘길 수 없다.

자막광고는 방송프로그램과 상관없이 자막으로 나타내는 광고(1시간에 최대 40초), 시보광고는 정시알림때 광고(1시간 20초)이다. 유료방송의 경우 시간당 총량제가 원칙이나 토막광고와 자막광고는 횟수·시간·크기를 별도로 정한다.

3. 해외 광고총량제 현황

영국은 공·민영방송에 최대 12분(BBC는 금지)을 허용한다. 미국은 지상파 및 유료방송 모두 자율에 맡기고 있다. 일본 역시 국영방송 NHK를 제외한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중국도 영국처럼 공·민영 모두 12분을 최대 허용한계로 두고 있다. 호주의 경우, 취학연령 이하 어린이 프로그램은 방송광고를 금지하고, 취학연령 이상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30분당 최대 5분으로 광고량을 제한한다.

싱가포르는 공·민영 모두 14분을 최대 허용치로 하는 반면 대만의 경우 지상파 공영은 금지하고 민영은 9분을, 유료방송은 10분을 허용하고 있다.

4. 방통위 ‘총량제’ 도입 취지

방통위가 지상파에 광고총량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지상파 광고 시장 활성화를 통해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 8월 4일 제3기 정책발표 브리핑에서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방송 광고 시장에 활력을 넣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광고총량제를 도입하면 광고 편성 자율권이 높아져 광고 수익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시청자 입장에서는 인기 프로그램을 보기 위한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5. 인쇄매체의 반대 이유

신문 업계에서는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 도입으로 지상파에서 얻게 될 추가 수익이 경영기반이 취약한 매체들의 광고예산에서 전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한국신문협회는 방통위가 광고총량제 도입 방침을 발표한 후 성명을 통해 “정부는 신문 등 타 매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상파 편향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신문협회는 특히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보도채널만을 규제하는 방통위가 전체 미디어시장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광고정책을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부처와 긴밀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또 방통위가 해외 대부분 국가에서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전면 허용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규제하고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진실”이라며 이는 ‘지상파 편애’에서 나온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6. 유료방송 업계도 큰 반발

유료방송 업계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상파 광고 독점이 심해져 유료방송 등 전체 방송 산업의 동반성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지상파 광고총량제가 실시되면 토막과 자막광고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프로그램 광고를 더 많이 판매할 수 있게 된다”며 “지상파 3사가 연간 약 1000억 원 규모의 추가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정된 시장여건을 감안하면 그만큼 PP들은 광고매출 감소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게 PP사들의 하소연이다.

7. 도입 검토 중인 중간광고

중간광고란 1개의 동일한 방송프로그램이 시작한 후부터 종료되기 전까지 사이에 그 방송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편성되는 광고를 말한다. 현재 유료방송에서는 프로그램의 길이에 따라 최대 6회까지 1분 이내의 중간광고를 할 수 있지만 지상파 방송은 운동경기, 문화·예술행사를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에서 중간광고를 내보낼 수 없다.

신문업계와 시청자단체 등에서는 지상파 방송으로 광고가 쏠려 매체 간 균형발전이 저해된다는 것과 프로그램 시청 흐름 방해 우려 등의 이유를 들어 중간광고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에서는 광고주가 매체별로 별도 광고비를 책정, 운영하기 때문에 신문 광고비의 지상파 유입 가능성이 낮고, 중간광고로 광고시간이 분산되면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8. 찬반 논란의 연혁

중간광고 논란의 역사는 제법 길다. 중간광고는 초기에는 허용되다가 지난 1974년 폐지됐으며, 1997년과 1999년에 도입논의가 됐으나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그후 2007년 구 방송위원회에서 중간광고 허용을 의결까지 했지만 국민여론과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아직까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중간광고의 경우 이미 국내 유료방송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정착됐다는 찬성논리와, 프로그램이 중간에 강제로 끊어지고 광고로 이어져 시청 몰입을 방해한다는 논리가 수십년째 반목하고 있다.

9. 지상파 방송의 입장

지상파 방송들은 광고수익의 악화로 콘텐츠 제작여력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를 동시에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내 방송콘텐츠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상파가 재원 위기로 더이상 고품질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면 콘텐츠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지상파미디어랩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광고총량제만 도입할 경우 첫해에 263억 원의 추가 수익이 생기고, 2년차에도 추가 수익은 376억 원에 불과하다”며 “올 상반기 지상파 3사가 800억 원 가량의 적자를 봤기 때문에 중간광고까지 도입하지 않으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고 밝혔다.

10. 도입 이후 방송현장 변화

지상파 방송은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 도입으로 광고 수익이 늘어나면 고품질의 콘텐츠를 재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유지돼 시청자 복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상파 방송은 특히 2015년 3월 강력한 콘텐츠와 자본력을 가진 미국 방송콘텐츠사업자들이 국내에서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이를 대비해 신속하게 낡은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여러 방송매체 중 유독 지상파 방송의 광고만 매년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가 없는 ‘지상파 중간광고의 금지’ 때문”이라며 “중간광고 없이 프로그램 앞뒤로만 광고가 몰려 있어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광고를 회피하게 되고 이는 광고의 효율을 현저히 떨어뜨려 광고주들도 지상파 광고 집행을 기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간광고가 지상파에 도입될 경우 기업의 광고비 집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에 따라 내수 진작과 그로 인한 수출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성열·임정환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