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캐디 성추행 의혹… “손녀 같아서” 해명에도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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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76) 전 국회의장이 골프장 캐디 성추행 혐의로 구설에 올랐다. 국회의장까지 지낸 정치계 원로가 20대 초반의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부인으로 일관하는 그의 해명은 더욱 실망스럽다.

박 전 의장은 지난 11일 강원 원주의 골프장에서 동행한 캐디의 신체를 만지면서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골프 라운딩 당시 박 전 의장을 담당했던 23세의 캐디 A 씨는 “라운딩 중 (박 전 의장으로부터) 성적 수치심을 느낄 정도의 신체 접촉을 당했다”는 내용의 피해 진술을 경찰에 했다. 골프장 측도 “라운딩 도중에 A 씨로부터 ‘박 전 의장의 신체 접촉이 심하다’는 내용의 무전 연락을 받았다”며 “A 씨가 9홀을 마친 뒤 스스로 교체를 요청해 곧바로 다른 캐디로 바꿨다”고 밝혔다. 라운딩 도중 캐디의 요청으로 교체가 이뤄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박 전 의장은 “손녀 같아서 귀엽다는 표시는 했지만, 정도를 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손가락 끝으로 가슴을 한 번 툭 찔렀다”는 말도 했다.

어떤 경우라도 상대방의 동의 없이 신체를 건드리는 행위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내고 국회의장까지 지낸 박 전 의장이 그점을 모를 리는 없다. 박 전 의장은 한때 대변인의 대명사로 불렸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총체적 난국’ ‘정치 9단’ 등은 모두 박 전 의장이 대변인 시절에 뱉어낸 촌철살인의 명구(名句)다.

박 전 의장은 국회의장으로 재임할 때 돈봉투 사건이 들통나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고승덕 전 의원의 폭로로 2008년 한나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했던 일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박 전 의장은 처음에는 “모르는 일”이라고 버티다 비서의 고백 뒤에 뒤늦게 잘못을 인정했다. 이번에는 고백할 일이 있으면 먼저 솔직히 인정하기를 바란다. 그게 원로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