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모리에게 ‘아베 친서’ 받아… 한·일관계 진전 ‘물꼬’ 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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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얼굴)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를 만나 한·일 관계 현안을 논의하면서 양국 간 경색 국면의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다. 특히 이날 접견 자리에서 아베 신조(安倍 晋三) 총리의 친서 전달 사실을 마이니치(每日)신문이 보도한 것도 주목된다. 이날 한·일 국장급협의 개최, 9월 말 유엔 총회에서의 한·일 외교장관회담 가능성, 10월 1일 도쿄(東京)에서의 외교부 차관급 전략대화 재개 등 여러 대화 흐름과 맞물려 한·일 관계의 해빙 전조들로 분석되기도 한다.

외형상으로만 보면 서울·도쿄의 다양한 회동이 양국 간의 관계 회복이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치열한 ‘전략싸움’이 숨어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11월 중국 베이징(北京)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중·일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한국이 거부했을 경우 갖게 될 외교적 부담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7월 방한했던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도쿄도지사에 이어 두 번째 특사를 보내면서 박 대통령이 일본의 호의를 저버리는 것처럼 국제사회가 인식하도록 하려는 계산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정부는 아베 총리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정한 사과나 과거사 도발 중단 의지를 기대하기는 섣부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위해선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정상회담 성사에만 치중할 뿐 한국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의 요체로 보는 위안부 문제 해결에는 전향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본 국내적으로는 오히려 아사히(朝日)신문의 위안부 관련 오보 인정을 계기로 고노(河野)담화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등 한국 정부의 기대와는 반대로 움직이는 양상이다.

정부는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에 맞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여론을 바탕으로 일본을 더 압박하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이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문제를 거론하며 “이분들에게 사과하고 또 명예를 온전히 회복할 수 있도록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용기있는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흐름에서 일본 측 요청으로 계속 연기돼 왔던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4차 국장급 회의에서도 일본이 ‘결자해지’ 차원의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캐나다 국빈 방문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69차 유엔 총회 참석차 20일 출국한다. 박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정상급 회의에 참석한다. 박 대통령은 유엔 총회 일정을 마친 뒤 26일 귀국할 예정이다.

방승배·김하나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