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소권 실현 어렵다”… 최대계파 親盧도 ‘유턴’ 조짐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등장과 더불어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세월호정국 해법과 관련한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고, 진보 진영을 기반으로 하는 재야·시민운동권 내에서도 ‘유(U) 턴’ 기류가 확실히 포착되는 형국이다. 야권 강경파와 재야 진보그룹은 그간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기소권 부여’를 강력하게 주장해왔지만 이를 사실상 포기하는 대신 ‘특별검사 추천에 유가족 입장을 더 반영하고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권을 강화한다’는 쪽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여야 2차 합의안을 토대로, 실질적인 이득을 찾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문화일보 8월 27일자 1면 참조)

이와 관련 야당 내 최대 계파이자 강경노선을 이끌고 있는 친노(친노무현)계 수장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주목된다. 문 비대위원은 22일 비대위회의에서 특검 추천권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양보된 안을 내놓을 경우 유족을 설득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진상조사위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세월호특별법에 동의를 하고 그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온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매우 유감이지만, 유가족이 간절히 원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세월호특별법의 실현은 멀어지는 것 같다”며 “주체 역량과 객관적 조건 모두가 어렵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진상조사위원과 상설특검 후보 추천도 고민해야 한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지 못하지만 1년 반∼2년 동안 진행될 세월호진상조사위의 조사를 통해 무엇을 밝히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도 역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몫 특검 추천 위원을 유족 추천 인사로 하는 선에서 해법을 찾고, 진상조사위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시민단체 핵심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위원회 자체에 기소권, 수사권이 부여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특검을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유가족이 신뢰할 수 있는 인사가 특검에 임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신뢰할 수 있는 진상조사위가 구성되고, 특검이 진상조사위와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맺는다면 현실적인 차선책으로 봐야 한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논쟁을 하다가 (아무것도) 안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진전시키는 것도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