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닛 걸그룹’의 맹활약… 청출어람인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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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만 한 아우 없다 했던가. 요즘 가요계를 보면 틀린 말이다. 인기 걸그룹에서 차출된 몇몇 멤버로 구성된 일명 ‘유닛(unit) 걸그룹’이 뚜렷한 콘셉트를 앞세워 모체를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며 ‘청출어람’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2년 4개월 만에 컴백한 태티서가 대표적이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태연, 티파니, 서현의 앞글자를 따서 명명된 태티서가 지난 16일 발표한 ‘할라(Holler)는 멜론, 엠넷, 소리바다 등 8개 음원사이트 차트 정상을 밟았다. 또한 애플 아이튠즈를 통해 전 세계 음악팬들에게도 유통되는 ‘할라’는 홍콩, 태국,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브루나이 등 아시아 9개 지역 종합 앨범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초 ‘미스터 미스터’로 활동했던 소녀시대를 향한 국내외 팬들의 반응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태티서의 성공은 곧 콘셉트의 성공이라 볼 수 있다. 태연, 티파니, 서현은 소녀시대 내에서 메인 보컬을 담당하는 이들이다. 이 때문에 끊임없이 변주하며 실험적 요소를 강조하는 소녀시대보다 태티서는 대중에게 익숙한 멜로디와 가창력이 돋보이는 곡으로 승부하고 음악적 완성도도 높다.

티파니는 최근 열린 쇼케이스를 마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앨범은 보컬에 집중한 만큼 되도록 라이브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고 또 다른 멤버 태연은 “특별한 콘셉트를 잡고 간다기보다는 편안한 모습으로 태티서가 갖고 있는 음악적 색깔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거들었다.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오렌지캬라멜 역시 신곡 ‘나처럼 해봐요’로 활동 중이다. 퍼포먼스 그룹을 표방하는 애프터스쿨의 멤버 나나, 리지, 레이나로 구성된 오렌지캬라멜은 전문적 안무보다는 만화적 상상력과 판타지적 요소가 돋보이는 무대로 확실한 팀컬러를 구축했다. 올해 초 ‘까탈레나’로 활동하며 초밥 패션을 선보였던 오렌지캬라멜은 ‘나처럼 해봐요’에서는 게임 속 캐릭터로 분해 눈길을 끌었다.

오렌지캬라멜의 인기는 애프터스쿨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특히 행사 시장에서는 오렌지캬라멜이 더 높은 지명도를 자랑한다. 한 이벤트 에이전트는 “각 멤버별 인지도는 오렌지캬라멜이 오히려 더 높다. 신곡 발표도 잦아 공백기가 짧기 때문에 대중에게 더 익숙한 오렌지캬라멜을 섭외해 달라 요청하는 곳이 많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씨스타는 효린과 보라로 구성된 씨스타19로 성공 사례를 만들었고, 레인보우는 4인조로 재편된 레인보우 블랙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스피카가 리더인 김보아를 제외한 4명으로 구성된 유닛 그룹 스파카S로 신곡 ‘남주긴 아까워’를 발표하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한류 붐을 타고 대외적으로 부피가 커졌지만 내실을 기하기 위해 기획사들은 계속 수익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유명 걸그룹에서 파생된 유닛 그룹은 원조 그룹의 명성을 유지하며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한 기반이 된다”면서도 “하지만 각 멤버들의 이미지가 소진되고, 유닛 그룹이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해 진부해지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