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IT 혁신, 국내 역차별부터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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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열 / 연세대 교수 · 경영학

지난주 금요일 중국 알리바바의 성공적인 미국 뉴욕 증시 상장으로 전세계가 떠들썩하다.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상장 첫날 약 240조 원을 기록하며, 전세계 인터넷 기업 시총 순위에서 구글에 이어 두번째가 됐고, 정보기술(IT) 기업을 모두 포함하면 IBM과 삼성전자를 넘어서 애플, 구글, MS에 이어 네번째다. 알리바바뿐 아니라, 텐센트와 바이두의 기세도 대단해 중국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을 내세운 미국과 전세계 인터넷 6강 기업을 3개씩 양분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업체들이 애플, 삼성을 맹추격하고 있는데, 인터넷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과 양강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중국 인터넷 업체들의 급성장을 거대한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한 행운이라 여기고, 마냥 부러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의 현실을 되짚어 보고 대한민국이 IT 강국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마침 22일 정부가 민·관(民官) 합동 전자상거래 규제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산업의 정부 규제 철폐에 대한 필요성은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닌데 ‘왜 이제서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령, 인터넷 쇼핑의 장애로 지적됐던 공인인증서 요구, 액티브X 설치 등은 지난 수 년간 끊임없이 지적됐지만 ‘천송이 코트’ 사건이 계기인지 최근에야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 이번 규제 개선으로 신용카드 정보를 미리 저장해 놓고 간단히 한두 번의 클릭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에서의 편리한 쇼핑 경험이 국내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도 경험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규제 개선이 시급한 분야는 전자상거래 결제 관련 분야뿐만이 아니다. 끊임없이 제기돼온 국내 업체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 인터넷 실명제,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 등은 취지와는 달리 결국 국내 업체들에만 불이익을 주고 있다. 예를 들면, 인터넷 실명제 적용을 받은 국내 동영상 UCC 업체들은 쇠락한 반면에 유튜브 같은 외국 업체들은 실명제 적용을 받지 않고 쉽게 국내 동영상 UCC 시장을 점령할 수 있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외국에서 국내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적용할 수 없는 규제는 우리 업체들의 발목을 잡을 뿐이라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인터넷 업체들과 대항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규제 개선과 더불어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시장(市場)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IT로 인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최근 금융·자동차·의료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구글은 얼마 전 사물인터넷 업체 인수에 이어, 민간 우주선 개발업체의 지분 추진으로 이제 우주 개발에까지 나서려 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 업체들도 발빠르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톡은 뱅크월렛이라는 금융을 메시징앱에 결합한 서비스를 곧 출시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중국의 텐센트는 위쳇이라는 카카오톡과 비슷한 인터넷 메시징 서비스를 이용해 중국 내에서 개인 간 송금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또 다른 인터넷 기업 바이두는 구글에 뒤이어 무인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인터넷 혁신의 주도권을 최근에는 미국 기업들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들에 빼앗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IT 인프라 스트럭처를 기반으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여러 혁신적인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제공했던 것들은 이제 먼 과거가 돼가고 있다. 우리 인터넷 기업들이 분발해 다시 글로벌 인터넷 업계의 혁신을 이끌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