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곳은 많고 세금은 안걷히고… 경기회복이 유일한 出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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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올 것이 왔다!’

정부가 23일 내놓은 ‘2014년 9월 월간 재정동향’에서 중앙정부 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5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그동안 우려돼온 재정건전성 악화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중앙정부 채무는 2013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때만 해도 461조9000억 원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 결산을 해보니 464조 원으로 늘었다. 그 뒤에도 중앙정부 채무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올 7월에는 마침내 500조 원을 넘어선 것이다.

중앙정부의 채무는 지방정부의 채무를 제외한 수치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채무에 지방정부의 채무를 포함한 국가채무는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재정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18일 내놓은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중앙정부+지방정부 채무)는 570조1000억 원을 기록, 국내총생산(GDP) 대비 35.7%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최근의 추이를 살펴볼 때 실제로 결산을 하면 국가채무가 거의 매번 전망치를 넘어서 이 수치조차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 전망치에 따르더라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오는 2016년 36.4%, 2017년 36.7%로 해마다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이유는 세수는 안 걷히는데 쓸 곳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1∼7월 국세 세수 진도율은 57.5%로 국세에서 8조5000억 원의 ‘세수 펑크’가 났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0.8%포인트 낮다. 올해 세수도 보수적으로 추계하더라도 지난해와 비슷한 8조∼10조 원의 결손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세수 상황이 나쁘지만 정부는 올해 41조 원 규모의 재정확대 패키지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내년에도 예산을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해놓은 상황이다. 가계나 정부나 들어오는 돈은 별로 없는데 쓰는 돈이 늘면 적자가 늘고, 결국 빚으로 귀결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부는 현 시점에서 재정확대정책을 멈춰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비슷한 축소 균형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재정확대정책을 통해 경기 회복세를 강화해 ‘경기 회복→가계와 기업의 수입 증가→세수 확대→재정건전성 회복’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책을 추진할 때 ‘소심함의 덫(timidity trap)’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재정건전성에 연연하다가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당분간 재정건전성이 다소 부담이 가더라도 확장적인 재정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