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협상전권 없는 박영선 만나봤자…”

여야 당대표들이 만나 원내대표들에게 세월호 정국 타개를 위한 협상을 위임하기로 했지만 정국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당대표 회동에서 기대됐던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의 정국 타개 ‘복안’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고,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수준에서 머물렀으며, 협상의 ‘명’을 받은 두 원내대표가 만나는 데 소극적이어서 회동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세월호 협상이 양당 대표가 나서서 해결될 간단한 문제였다면 왜 진작에 풀리지 않았겠는가”라며 “야당이 통일된 협상안을 정리하고 유가족들의 입장도 무엇인지 정돈이 돼야 협상이 진척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야당이 협상의 전권을 갖고 있어야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원내대표는 “일단 오늘(23일)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와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들끼리 먼저 대화를 한 뒤 (박 원내대표와의) 회동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껏 기대감을 키웠던 전날 당대표 간 회동은 20분 만에 종결됐다. 문 위원장이 가지고 있다는 세월호 ‘복안’은 이날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이 끝난 후 양당 기류는 부정적인 분위기가 더 많았다. 전날 회동의 전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측 관계자는 “세월호 정국이 장기화될 것 같은 느낌이 ‘팍’ 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청와대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상황에선 그동안 협상을 해온 사람들이 계속 책임지도록 하는 게 낫다”고 전했다.

새정치연합 비대위의 핵심 관계자도 “문 위원장이 2+2(여야 당 대표·원내대표) 협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양당 대표 모두 자칫 발을 잘못 담갔다가 협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양당 원내대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도 최근 들어 세월호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민생과 현장이라는 단어만 반복 중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경로당 냉난방비 예산 삭감과 증세 문제 등을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를 동시에 겨냥했을 뿐, 전날 당대표 간 회동 결과와 향후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위원장이 22일 아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기국회 참여를 결심하는 날이 (박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날이)될 수 있다’고 말해놓고선 오후엔 박 원내대표에게 계속 협상하라고 하니 박 원내대표가 기분 좋을 리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만용·윤정아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