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평교사를 장학관 고속승진 시키려… 內規까지 바꾼 인천교육감의‘코드인사’

인천시교육청이 진보 성향의 이청연 교육감 취임 직후 평교사를 바로 장학관으로 승진시킬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고쳐 코드 인사를 단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진보교육감들이 현행 교육공무원법의 허점을 이용해 장학관 승진 내규를 마음대로 고쳐놓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교육부의 관련 법 개정을 교육자치를 훼손한다고 비판하고 나서자 교육계 일각에서는‘적반하장식 행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장학관 추천 관련 내규는 장학관 자격 기준을 ▲교장·교감 자격증 소지 ▲2년 이상의 장학사 경력 ▲박사학위 소지자로서 교육경력 5년 이상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새 교육감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 7월 “교육공무원법 9조에 따른다”로 바꿨다. 이를 근거로 시교육청은 9월 인사에서 각 초등교사 2명·중등교사 2명을 평교사에서 바로 장학관(혹은 연구관)으로 임명했는데, 4명 모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교육공무원법 9조는 장학관 자격을 ▲대학 졸업자로서 7년 이상 교육경력 ▲2년 이상의 장학사, 교육연구사 경력 ▲박사학위 소지 등으로 상당히 느슨하게 규정하고 있어 각 시·도교육청은 내규를 만들어 자격기준을 보다 구체화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평교사의 장학관 임명시 역량과 자질을 검증하도록 한 교육부령 ‘교육공무원 인사관리 규정’에 따라 지난 7월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후보자들의 교육활동실적, 경력, 직무수행계획 등을 평가했다. 인사위원회는 이를 통해 총 임용 인원의 3배수를 확정한 후 교육감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경기도는 추천 인원 자체가 22명이라서 임용 인원 8명의 3배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전교조 출신 평교사 2명을 장학관으로 고속 승진시키는 데 인사위원회가 제재를 가할 수 없었다.

이같이 진보교육감들이 법을 악용해 코드인사, 보은인사를 하는데, 제재 방법이 없다는 비판이 일자 교육부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에 나섰다.(문화일보 9월 4일자 11면 참조)

이에 대해 시·도교육감들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의 법 개정 등에 강력히 반대하며 교육자치 수호를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이같이 자의적인 편법인사에 그치지 않고 학교장의 권한을 무시하는 등 학교자치는 외면하는 교육감이 자치 확대를 주장하는 게 모순된다고 지적한다.

최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학교장의 권한이어서 학교별로 상이했던 등교시간을 일률적으로 9시에 맞추도록 해 논란이 일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입시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음에도 모든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의 입시를 추첨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혀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정기오 한국교원대 교수는 “교육감은 국가공무원인 교육공무원의 인사권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예산 배정 등 여러 권한을 가지면서도 학교장의 권한은 보장하지 않아 권한의 불균형이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