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기후변화, 어떤 나라도 무임승차 못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각국의 노력에 비해 기후 변화는 한층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미국은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일정 역할을 하겠지만 어떤 나라도 이에 무임승차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시리아 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척결하기 위한 공습을 단행한 뒤 관련 브리핑을 하고 뉴욕으로 이동,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2020년까지 미국의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17%까지 경감할 것”이라며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 각국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국제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에 모든 나라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의 동참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시진핑(習近平) 중국국가주석은 이번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 150개국 이상이 2030년까지 산림벌채를 중단하기로 합의했으나 아마존의 막대한 삼림을 보유한 브라질도 빠졌으며, 인도 역시 프라카시 자바데카르 환경장관을 파견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은 기후변화 억제를 위한 자국의 노력을 약속했다. 유럽연합(EU)도 온실가스 방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수준에서 40%를 줄이고 EU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27%를 대체에너지로 바꿔 에너지 효율도를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어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기 위해 7년간 30억 유로(약 4조172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향후 수년간 10억 달러(약 1조395억 원)를 (개도국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기후정상회의는 내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총회에서 세계 모든 국가에 적용될 ‘신 기후 체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지난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정상회의 이후 처음으로 열린 최정상급 회의다. 코펜하겐 회의에서는 선진국을 대표하는 미국과 개도국을 대표하는 중국 간의 의견 차이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개막 연설을 통해 각국 정상들에게 “기후변화는 우리가 어렵게 얻은 평화, 번영, 기회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오늘 우리는 이 세계가 새로운 길에 들어서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세계 116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했으며, 기후변화 거리행진에 나섰던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참석했다. 디캐프리오는 각국 정상들에게 “지구 온난화를 ‘허구(fiction)’로 여기지 말아달라”며 “나는 (허구의 것을) 연기하는(pretend) 사람이지만 여러분은 아니니, 담대함과 정직함으로 기후 문제에 직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