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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팀장의 북레터 게재 일자 : 2014년 09월 26일(金)
재출간 고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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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영화 ‘행복한 사전’ 개봉에 맞춰 내한한 배우 오다기리 조(小田切讓)와 종이책과 디지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배우와 책 이야기를 한 것은 영화가 출판사에서조차 찬밥 신세로 전락한 종이사전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다기리는 자신은 종이책을 훨씬 좋아한다며 디지털 기술로 모든 것이 영원할 것 같지만 정보가 삭제되는 순간 흔적조차 남지 않고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책의 수명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물론 종이책이라 해서 영원한 생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책, 읽고 싶은 책이 절판돼 구할 수 없었던 경험들이 있을 겁니다. 책을 찾다 ‘절판’이라는 단어와 만났을 때의 아쉬움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모든 책이 기대 속에 출간되지만 독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공인된 사망선고도 없이 슬쩍 사라져버립니다. 많이 팔리지 않지만 꼭 필요한 고전들은 절판의 운명을 피하기 더 어렵습니다.

탐사보도의 고전 ‘워터게이트-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오래된 생각)과 근대 페미니즘의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1797)의 고전 ‘여권의 옹호’(연암서가)가 절판의 운명을 넘어, 최근 재출간됐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너무 유명해 모두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정작 책은 오랫동안 절판이었다니 놀랐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측이 재선 운동 과정에서 벌인 상대후보에 대한 불법 첩보, 선거운동 방해, 은폐 공작 등을 이르는 사건입니다. 책은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가져온 특종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의 풋내기 두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의 진실을 향한 치열한 취재기이자 드라마틱한 미국 역사입니다. 1974년 출간돼, 1977년 국내에 나왔지만 행적을 추적할 수 없이 수십년간 절판됐습니다. 출판사는 정의로운 사회, 도덕적 정치 구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책이 지금 한국사회에 꼭 필요해, 다시 내놓게 됐다고 합니다.

2008년 번역된 ‘여권의 옹호’ 역시 판매 규모가 크지 않아 절판된 책입니다. 울스턴크래프트가 프랑스 혁명 후 삼부회 의원 탈레랑이 의회에 제출한 교육 법안에 반발해 쓴 것으로 소녀들도 국민교육 대상에 포함돼야 하고, 남녀 모두 똑같은 자유와 의무를 가져야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출판사는 평등하고 인간적인 사회에 대한 그녀의 비전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기에 재출간하게 됐다며 학술단체도 신간 번역·출판만 지원하고, 언론도 신간에만 집중하는 상황이 아쉽다고 했습니다. 고전이 고전인 이유는 ‘시대를 넘는 현대성’이지 않겠습니까. 고전의 생명이 연장되는 그런 사회였으면 좋겠습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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