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난방비 0원’ 2회 이상 60가구 방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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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김부선(53·사진) 씨의 폭로로 불거진 서울 성동구 옥수동 H아파트 난방비 비리에 대한 수사는 그동안 행정처분을 내리던 사안을 경찰이 직접 수사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지만, 난방비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고 주민 간 갈등을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경찰은 일부 가구에서 고의로 열량계를 조작한 단서를 포착, 처벌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데다 난방비가 0원이 부과된 또 다른 아파트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한 만큼 이번 수사가 유사한 불법행위 근절의 출발점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의 열량계 조작 단서 포착 = 서울 성동구청으로부터 수사를 의뢰받은 성동경찰서는 지난 2007년 1월∼2013년 3월 난방이 필요한 동절기 27개월 치의 H아파트 난방비 자료를 서울시로부터 넘겨받았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벌인 실태조사 결과 총 536가구 가운데 27개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겨울철 난방비가 0원이 나온 가구는 총 128가구였다.

6회 이상 난방비가 0원이 나온 가구는 10가구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한 가구는 총 11회에 걸쳐 겨울철 난방비가 0원이 나왔다. 조작이 의심됐지만 열량계가 각 가구의 싱크대 밑 은밀한 장소에 있는 데다, 문제가 발생한 기간이 오래 지나면서 이사 등으로 가구주의 변동이 있어 경찰 수사에 난항이 예상됐었다.

경찰은 이들 가구 가운데 6∼11회 등 여러 차례에 걸쳐서 난방비가 0원이 나온 10개 가구에 대해 방문조사를 벌였다. 또 국가기술표준원에 해당 가구의 열량계를 보내서 감정을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가구는 열량계의 단순한 기계적 결함이나 중앙난방 방식 자체의 문제로 여겨졌지만, 조작이라고 의심되는 가구가 상당수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2회 이상 난방비가 0원으로 나온 60개 가구로 수사를 확대하고 방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다른 아파트도 난방비 ‘0원’= 경찰은 이와 같은 문제가 H아파트만의 문제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중앙난방을 사용하면서 열량계가 집안에 달린 비슷한 형태의 아파트를 임의로 선정해 조사했다. 해당 아파트의 최근 3년간 동절기(11∼2월) 총 12개월의 난방비를 조사한 결과, 0원이 나온 경우가 250여 건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250여 건이라고 하면 많아 보이지만, 한 달에 20여 건꼴인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H아파트 수사에 참고만 할 뿐 따로 조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가구가 난방비를 절감하기 위해 열량계를 고의로 조작했더라도, 조작에 대한 입증 및 혐의 적용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특이하고 과거 수사 전례가 없는 만큼 어떤 범죄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며 “직접 증거뿐 아니라 간접 증거 및 정황 증거도 효력이 있는 만큼 다각도로 혐의 입증 방법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서울 성동구 H아파트의 난방비 비리 문제는 여배우 김부선 씨가 지난 14일 폭행 혐의로 성동경찰서에 고발되면서 드러났다. 김 씨는 26일 오후 서울 동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파트 난방비 비리 의혹과 주민 대표 폭행 논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