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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9월 26일(金)
IS 도발 vs 美 공습… ‘인간의 惡’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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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베르토 에코는 이번 책이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이라며, 말하는(쓰는)사람과 듣는(읽는) 사람 모두에게 즐거운 것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열린책들 제공
적을 만들다 /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로 손꼽히는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 ‘적을 만들다-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을 읽기 전 그가 누구인지 다시 한 번 공부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2000만 부가량 판매된 ‘장미의 이름’의 저자이자 기호학자, 철학자, 역사학자 겸 미학자로서 세계를 움직이는 석학들을 배출한 30여 개 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수식어가 따로 필요없는 이 시대의 지성이다.

그런 움베르토 에코가 내놓은 신작 ‘적을 만들다’는 새 천년이 시작된 후 그가 약 10년간 고전 모임, 문화 행사, 강연, 학회, 신문 및 잡지 등에 말하고 쓴 글 열네 편을 한데 묶은 책이다. 이 때문에 책 속에는 철학이 있고 기호학, 언어학, 미학 등이 두루 담겼다. 70대에 접어든 그가 세상 만물을 보고 듣고 느끼며 사료해 내린 결론이 집대성된 이 책의 제목은 열네 가지 챕터 중 하나인 ‘적을 만들다’보다는 ‘움베르토 에코가 만들다’가 되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가 ‘특별한 기회에 쓴 글들’이라는 긴 부제를 굳이 넣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중 첫 번째 챕터인 ‘적을 만들다’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보편적인 주제를 다뤘다는 측면에서 책의 제목으로 꼽힐 만하다. 이야기는 그의 경험에서 시작된다. 미국에 간 그는 파키스탄 출신 택시 운전기사로부터 “당신 그리고 고국인 이탈리아의 적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후 “없다”고 답했지만 이내 후회하고 만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에게는 늘 적이 있었고 적과 싸우고 배척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유대인과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 인접국에 대한 비난, 여성 비하, 마녀 재판 등을 예로 들었고 우리는 적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고, 동시에 그것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건 안타깝게도 벗어날 수 없는 비극이라 말한다.

이는 최근 국내외를 돌아보더라도 이슬람국가(IS)의 도발과 서방 및 인접 국가의 대응,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과 독립 투표를 실시한 스코틀랜드, 세월호 사태를 둘러싼 갈등, 여야의 대립,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움베르토 에코는 이 책에서 때로는 거시적으로, 때로는 미시적으로 각 사안에 접근한다. ‘절대와 상대’에서는 대립되는 동시에 보완되며 이를 증명하기 위해 지금도 많은 학자들이 무던히 노력하고 있는 절대성과 상대성이라는 두 가지 개념에 대해 풀이하고, ‘위키리크스에 대한 고찰’에서는 줄리언 어산지가 설립한 위키리크스가 미국대사관의 기밀 외교 문서를 폭로하면서 발생한 외교적 마찰의 허와 실을 꼬집는다.

천문학과 지구의 기원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상상 천문학’을 읽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고 해외 여행에 관심이 많고 신앙심이 깊은 당신이라면 ‘보물찾기’를 읽으며 저자와 함께 세상 곳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나설 수 있다.

300쪽에 이르는 책을 하나의 주제로 정의할 필요가 없었던 움베르토 에코는 옴니버스 형식을 빌려 다양한 영역에서 80년 인생 동안 축적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마음껏 발산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떠먹이지 않는다. 고전 소설부터 역사적 자료, 최신 뉴스까지 100여 편의 이야기와 팩트를 소개하며 객관성을 유지한다. 다만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라틴어까지 구사한다는 그가 제시하는 이야기의 뿌리가 대부분 서양의 역사와 문화 패턴에 기대고 있다는 점은 국내 독자들이 이 책을 이질감 없이 소화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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