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90년 원작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14년 리메이크작
이명세 감독이 연출한 박중훈, 고 최진실 주연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년)가 동명 영화로 리메이크돼 오는 10월 8일 개봉한다. 원작은 개봉 당시 연인이 부부가 된 후 갈등하고, 후회하다가 다시 서로 보듬는 결혼의 현실을 담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주연이 조정석과 신민아로 교체된 리메이크작은 원작의 틀을 대부분 유지한 채 세부 에피소드는 요즘 부부들의 모습으로 갈아 끼웠다.
그렇기 때문에 두 작품을 비교해서 보면 지난 20여 년간 달라진 부부관계를 알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성의식이다. 1990년 성의식조사에 따르면 성인 중 68.8%가 혼전 성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해 한 조사전문기관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전 국민 중 절반이 넘는 51.8%가 피임으로 임신을 막을 수 있다면 결혼 전에 성관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결혼 적령기에 가까운 30대(64.5%)와 20대(57.5%)가 혼전 성관계에 대해 더욱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두 영화에서도 성의식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원작은 영화 초반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의 첫날밤에 집중한다. 신랑 영민(박중훈)이 피임을 위해 약국으로 콘돔을 사러갔다 부끄러워 말을 못하고, 감기약을 들고 나오는 장면과 신부 미영(최진실)이 첫날밤을 치를 생각에 두려워하며 호텔방 문을 열어주지 않는 장면 등은 요즘 관객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온다. 두 사람은 방에서도 침대와 소파에 나눠 자며 ‘밀당’을 이어간다.
하지만 ‘효자동 이발사’의 임찬상 감독이 연출한 리메이크작은 초반에 신혼 초기의 영민(조정석)과 미영(신민아)이 눈만 마주치면 엉겨 붙는 장면으로 관객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이 부부는 신랑이 출근할 때나 신부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 때, 거실에서 둘이 과일을 먹으며 대화를 나눌 때 등 수시로 부부의 정을 나눈다. 이에 대해 임 감독은 “원작에서는 신혼 첫날밤을 주요하게 다뤘지만 요즘은 첫날밤이 신혼여행 때 이뤄지지 않지 않느냐”며 “세태와 맞지 않아 삭제했다”고 밝혔다.
또 원작에서 영민은 출판사 말단직원으로 나오고, 미영은 전업주부로 설정됐지만 리메이크작에서는 각각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9급공무원과 미술학원 강사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하루종일 남편만을 생각하며 사랑을 체크하는 신부의 모습을 그린 원작과 달리 리메이크작에서는 독립적인 주체로서의 부부상을 보여준다. 이들은 동등하게 가사노동을 분담하고, 서로를 위해 각자가 최선을 다한다.
알콜달콩 살던 부부가 갈등을 겪기 시작하는 요소는 두 영화가 크게 다르지 않다. 직장동료(원작)나 짓궂은 친구들(리메이크작)이 예고 없이 몰려와 집들이를 해야 하는 상황이나 변기 뚜껑을 올리지 않은 채 소변을 보고, 자기가 먹은 음식 그릇을 치우지 않는 신랑과 그걸 못마땅해하는 신부가 티격태격 싸우는 장면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부 싸움을 한 후 신부가 서운함을 푸는 과정은 다르게 표현됐다. 원작의 신부는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며 분을 삭이지만 리메이크작에서는 자신의 첫사랑이 출연한 뮤지컬 공연을 보고, 그를 만나는 것으로 기분을 푸는 신부의 모습이 그려졌다.
임 감독은 “원작 시나리오에서 현재 30대 여성의 감정이 아닌 부분은 빼고, 첫사랑의 의미를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리메이크작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극적인 이야기를 배제한 채 관객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자잘한 에피소드를 엮어가며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조정석과 신민아는 일상적인 연기를 펼치면서도 로맨틱 코미디의 맛을 잘 살려냈다. 또 영민의 친구 그룹(배성우, 이시언, 고규필)과 주인집 아줌마(라미란)가 던지는 코믹 대사가 양념 역할을 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원작을 본 관객은 영민이 벤치에 앉아 미영에게 프러포즈하는 첫 장면과 영민이 미영의 얼굴을 짜장면 그릇에 처박는 장면 등 원작과 리메이크작에서 똑같이 표현된 장면들을 보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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