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사퇴 뒤엔… 가슴아픈 思婦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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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한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나는 등 KB에서 완전히 떠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건강이 좋지 않은 아내에 대한 걱정, KB금융 임직원에 대한 미안함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전 회장은 전날 자신의 법무대리인인 화인을 통해 “금융위를 상대로 지난 16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직무정지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29일자로 취하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 동안 일어난 모든 일은 나의 부덕한 까닭으로 생각한다”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서 충분한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소 취하의 변을 밝혔다.

전방위 압박에도 버티기에 나섰던 임 전 회장이 마음을 바꾼 데에는 아픈 아내에 대한 걱정이 큰 요인 중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임 전 회장의 아내는 과거 서울대 사범대 재학 시절 만났으나 지병을 앓고 있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 전 회장은 KB금융지주회장 재임 시절에도 아내 간병을 위해 가급적 저녁 약속은 피하곤 했었다. 이번 KB사태를 겪으면서 아내의 건강이 악화됐고, 임 전 회장은 싸움을 끌면 끌수록 아내의 건강 상태가 더욱 안 좋아질 것을 우려해 결국 소 취하를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임 전 회장 자신과 운명을 같이했던 KB지주 임직원들에 대한 미안함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KB지주의 김용수 전 부사장은 KB사태를 겪으며 당뇨 합병증이 눈으로까지 번져 임 전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 결정 바로 직전에 사퇴하는 등 KB지주 임직원들의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한계에 달한 상황이었다.

KB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임 전 회장은 지금도 징계처분에 몹시 억울해하지만 설령 가처분 및 본안 소송에 승소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가 미미하다”면서 “사퇴 배경에는 자신으로 인해 고생하는 가족과 임직원들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