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의 ‘협상전권 수임’ 與의 ‘새 협상안 수용’ 여부가 최대관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30일 세월호 유가족들과 ‘8·19안’을 기반으로 ‘특검 후보 추천 유족 동의’라는 협상을 재개하면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만약 이날 3자회동에서 새누리당과 유가족들이 전향적으로 대화에 나선다면 이르면 이날 중에도 전격적인 합의안 도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오전 3자회동 모두 인사말 석상에서도 여·야·유가족은 유가족의 협상 전권 위임과 여당의 진상 규명 의지를 놓고 장시간 설전을 주고받는 등 결과를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완구, “박 원내대표에게 전권 달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유가족과 만나서도 전권 위임 여부를 집요하게 확인했다. 그러나 유가족 측이 “전권 위임이라는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모두 공개 인사 자리에서 설전만 30분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 측은 특정안에 대해 박 원내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했으니 여야가 대화를 진행하라는 취지의 의사를 밝혔고 이 원내대표는 “전권을 위임한 게 맞느냐” “구체적으로 어떤 안을 원하느냐” 등의 질문을 던지며 신경전을 펼쳤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도 “만약 이날 회동에서 유가족 측이 박 원내대표에게 전권을 주지도 않고 여당과 협상에 나서려고 한다면 긍정적으로 대화에 응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완구 만나 또다시 울먹인 박영선 = 유가족으로부터 협상의 전권을 받아오라는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의 압박을 받은 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진심으로 성의와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면서 맞받아쳤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정치가 과연 국민 눈물을 닦아주고 아픔을 달래줄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불통과 파국의 수렁으로 끝내 침몰하고 말 것인지가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 3자회동에 앞서 머리를 맞댄 양 원내대표 간 회담장은 고성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매우 험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가 (원내대표직을) 그만두고 다른 협상 상대가 오길 바라는 것 아니냐” “아니 생각을 해보세요”(박영선), “참 답답하네…” “원칙을 지켜야지…”(이완구) 등의 언급이 새어나오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박 원내대표는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압박과 유족의 전권위임 사이에서 박 원내대표가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를 가늠케하는 대목으로 보인다.

◆‘특검 추천시에도 유족 동의조항 추가’ 놓고 줄다리기할 듯 = 이날 여야에 따르면 전날 언급된 중재안들은 모두 아직 심도 있게 논의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이 박 원내대표의 전권 위임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만약 이날 3자회동에서 유가족들이 박 원내대표에게 위임한다는 의시표시를 한다면 여야는 곧바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난 8월 19일 2차 합의안은 협상의 기본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안은 사실상 테이블 아래로 밀려났고, 그 대신 특검 부분에서 다소 기술적인 수정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합의안에서는 7명으로 구성된 특검후보추천위원 중 여당 몫 2명을 추천할 때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는데, 여기에 더해 특검 후보를 추천할 때에도 유가족의 동의를 받도록 하자는 게 야당의 요구이다.

김만용·현일훈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