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이 동아시아 미래 결정… 해양세력-대륙세력 만남의 장 될 것”

30일 500여 개 시민단체와 6대 종단 종교계 인사 등 550여 명이 참가한 ‘2014 지구촌 평화실현을 위한 지도자대회’에서 다양한 통일담론이 나왔다.

글로벌피스재단(GPF·의장 문현진)이 주최하고 통일부·외교부·민주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가 후원해 이날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세미나는 ‘한반도 통일과 새로운 국제질서’를 주제로 ‘새로운 성장엔진, 한반도 통일’ ‘한반도 통일을 위한 시민사회와 초종교적 연대’ ‘통일한반도를 위한 여성의 역할’ ‘한반도 통일과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미디어의 역할’ 등 4개 주제가 다뤄졌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상임고문은 이날 “동아시아의 미래 질서를 결정하는 많은 요인 중 가장 결정적 요인은 한반도의 통일 여부”라고 전제한 뒤 “중국과 북한 사이에 큰 ‘힘의 공백’(power vacuum)이 등장하고 있는데, 남한이 이러한 변화를 외면하고 뒤로 물러나 있으면 당연히 북한 지역에 등장하는 힘의 공백은 중국의 힘에 의하여 메워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상임고문은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남과 북 전체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간의 ‘만남의 장(場)’이자 ‘소통과 화합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현진(사진) GPF 의장은 기조연설에서 “과거 남과 북을 만들었던 냉전이라는 지정학적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는 분단을 종료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우리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오랜 염원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시간 내에 긴급한 사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통일 과정에서의 경제적 협력을 주제로 발제한 김영희 한국정책금융공사 북한경제팀장은 “부존자원이 부족한 남한은 광물 수요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통일이 되면 북한 자원으로 대체 가능하다”며 “한반도 통일 시 한국이 필요로 하는 지하자원의 절반을 북한으로부터 조달해 연간 153억9000만 달러의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통일비용은 한시적인 반면 편익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인식 확산 노력이 필요하다”며 “통일에 대비한 경제 부담 능력을 고려한 ‘현실적’ 통일비용을 추정해 지금이라도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의 통일운동 역할을 강조한 김백산 지구촌평화연구소(GPI) 대표는 “북한 휴대전화 가입자가 200만 명 수준으로 중국산 휴대전화로 외부와 통화가 가능해지면서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시민사회를 통한 북한 사회로의 정보 유입이 변화를 촉발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대표는 비정부기구의 역할을 설명하며 “남북 경색 국면에서는 정부의 여러 한계가 나타나는데, 이념과 체제를 초월한 비정부기구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일과정에서 여성들의 참여를 강조한 신미녀(북한학) 박사는 “2007년 통일운동의 일환으로 ‘남북주부모임’을 결성해 활동하며 주부라는 공통 관심사로 보이지 않은 마음의 장벽을 허물었던 경험이 있다”며 “여성은 세밀하게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통일문제에 관한 사회 참여를 더욱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에 있어 미디어의 역할을 강조한 고유환(북한학) 동국대 교수는 “미디어는 민족의 사회 통합과정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민족공동체 의식을 확립하고,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의 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독일은 분단 극복과 통일 및 사회 통합에 방송미디어를 가장 잘 활용한 국가”라며 “동독 주민의 약 80%가 서독 텔레비전을 시청해 서독의 방송문화가 자연스레 동독 주민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줬고, 이를 통해 공동체 감정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