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영화 촬영지는 돈주고 유치하면서 “국내영화는 찬밥… 서울시 역차별”

미국 할리우드 영화 제작회사가 서울을 영화 촬영지 중 하나로 삼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이는 서울시가 도시 홍보 차원에서 파격적인 지원책을 제시하며 할리우드 영화 촬영지 유치에 힘쓴 결과다.

하지만 국내 영화업계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에 비해 국내 영화 촬영에 대한 서울시의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3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방미기간 중 할리우드의 대표 공상과학영화 시리즈물 중 하나인 ‘스타트렉’ 최신작의 서울 촬영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시장은 이날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에서 “‘스타트렉3’가 서울에서 촬영하게 됐습니다. 오늘 할리우드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방문해 오는 2016년 개봉 예정인 영화 스타트렉3 프로듀서인 제프리 체노브와 만나 일부를 서울에서 촬영하는 데 합의했습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미 미국 마블스튜디오의 ‘어벤져스2’ 서울 촬영 유치에 성공한 바 있다. 최근에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워쇼스키 남매가 연출을 맡고 영화배우 배두나가 출연하는 미국 드라마 ‘센스8’ 촬영이 청계천 등 서울 일대에서 진행됐다.

서울시는 해외영화 촬영을 유치하기 위해 6일 이상 촬영한 해외 영상물에 최대 1억 원의 제작비를 지원하고 장소 섭외를 위해 서울을 방문하면 항공비, 숙박비 등을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최근 서울이 영화 촬영의 명소로 급부상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러한 서울시의 해외영화 촬영 유치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존재한다.

우선 국내 영화업계에선 상대적인 소외감을 호소한다. 서울에서 어벤져스2 촬영이 이뤄졌던 지난 3월 국내 한 영화 제작사는 서울도시철도공사에 영화 ‘소녀무덤’ 촬영 협조를 의뢰했으나 거듭 거절당한 바 있다.

촬영 유치 영화도 보다 섬세하게 선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영화평론가는 이와 관련 “영화를 통해 서울을 해외에 알리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고 좋은 아이디어지만 한강 다리나 도심 건물이 파괴되는 장면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이 해외 관광객 유치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며 “무조건 해외영화 촬영을 유치하려는 성과주의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