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협상, 정치인 뺨치는 ‘유족들의 정치’

협상 과정에서 진통을 거듭하던 세월호특별법이 30일 여야 간 합의로 극적 타결됐지만,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대책위원회의 반대에 직면해있다.

유족들의 3번째 합의 거부는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고, 대의민주주의 훼손으로 비용과 대립만 격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그동안 단원고 유가족대책위가 오직 진상조사만을 원한다고 강변하면서도 매우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흘러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단원고 유가족들이 3차 합의안 거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치 투쟁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단원고 유가족이 계속적으로 여야 협상안에 대해 ‘반대’ 깃발을 들면서 역설적이게도 세월호특별법 입법 과정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원고 유가족들이 3차 합의안을 거부하는 과정을 보면 정치인 뺨치는 현란한 정치술을 보여주는 것 같다”며 “유가족대책위 역시 국민적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정치적 결사체로 보일 만한 언행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3자 협상 과정에서 유족 대표들이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에게 일종의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자체가 고도의 정치행위 성격이 짙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세월호 참사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유가족이기 때문에 감정적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법체계를 무력화하는 식으로 일정 선을 넘어선 안된다”고 평가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100% 만족하지 못하겠지만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만큼 합의안을 수용해주시는 것이 빠른 진상조사에 도움된다고 생각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단원고 유가족 측은 이날 거듭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주민 세월호가족대책위 변호사는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나와 “추후 합의라는 것은 저희들이 봤을 때 큰 의미 없는 조항 아니겠느냐 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새정치연합이 가족들에게 했던 약속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여야의 3차 합의안마저 유가족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향후 입법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