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 방어’… 금리 추가인하論 확산

달러당 110엔에 육박하는 가파른 엔저(엔화 가치 하락)로 원·엔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엔저 대응책으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엔저가 한국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면서도 통화정책으로 환율 문제에 대응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1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에 따른 엔저와 100엔당 950원 선까지 추락한 원·엔 환율에 대한 경제계 안팎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주열 한은 총재도 엔저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30일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엔저로 수출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를 설비투자 등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을 기업들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지난 9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엔 환율이 우리 수출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분석 결과도 있지만 최근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엔화의 가치 하락이 1년 반 동안 장기적이었고, 추가 하락이 나타나면 우리 경제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두 수장이 ‘엔저 위기론’에는 판단을 같이 했지만 해법은 다른 듯이 보인다. 최 부총리는 가시적인 경기 회복세 구현과 엔저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며 한은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최근 “재정·통화정책으로는 성장 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경제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을 주장하며 최 부총리와 간극을 드러냈다.

한은 관계자는 “원·엔 환율 하락 등 환율 변동이 수출 등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서 경기침체가 확실해질 것이라는 판단이 들면 금리 인하 등의 정책적 조치가 필요한 것은 맞다”며 “하지만 원·엔 환율 하락에 대해 통화정책으로 곧바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의도한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엔저에 대한 통화정책 대응에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하고 경쟁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엔저로 인해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으므로,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8월 금리인하 이후 경제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아 금리인하 여지가 있는 것은 맞지만 금리인하가 엔저에 대한 효과적인 수단인지는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