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않는 ‘인사 참사’… 여권 “김기춘 퇴진 요인 누적”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잇단 인사 검증 부실과 보은 인사 논란이 겹치면서 또다시 책임론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인사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 실장이 부실 검증·보은인사 논란에 휩싸이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측면에서다.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부실 검증 논란과 함께 사퇴한 데 이어 곽성문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사장과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선출자, 박완수 인천공항공사 사장 내정자 등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도 보은 인사 논란에 휘말려있다.

청와대는 2일 김 실장 인책론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김 실장 교체설이 재부상하면서 여권 일각에선 정기국회 종료 후 청와대와 정부의 대대적인 인적 개편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실장 거취와 관련, “결국 김 실장이 물러나야 할 요인들이 누적되고 있다”며 “주요 법안과 내년도 정부 예산안 등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라도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대로 (거취)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미 안대희·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와 정성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의 잇단 낙마 때 벼랑 끝까지 몰렸다가 재신임을 받았지만 최근 인사 파동이 잇따르면서 다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송 전 수석의 경우 청와대의 검증 과정에서 거짓 답변을 한 지 이틀 만에 임명된 사실이 드러났다. 김성주 한적총재 선출자도 전산조회가 가능한 최근 5년 동안 적십자회비를 한 번도 납부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친박계 인사에 대해서는 청와대 검증이 통과의례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난이 김 실장을 향하게 된 이유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인사 논란과 상관없이 김 실장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며 고령(75세)인 김 실장이 적절한 시점에 거취를 정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선 인사 파동 여파로 불가피하게 사표가 반려됐던 정홍원 총리까지 최근 건강 악화로 입원했던 점 등을 들어 ‘정기국회 후 대규모 당·정·청 개편’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청와대는 김 실장 사퇴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의 연내 사퇴설에 대해 “논평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부인했다. 다른 관계자도 “김 실장 거취와 관련한 청와대 기류가 바뀌었다는 주장은 낭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