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재벌 망신주기 國監 되풀이 땐 국민 폭발”

국회가 정상화되자마자 국정감사 준비에 돌입한 여야가 2일 대기업 ‘오너’를 국감 출석 증인 명단에 집중 거론하는 등 기업에 본격적으로 칼을 뽑아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매년 국감 때마다 되풀이되는 대기업 길들이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당에선 벌써부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을 무더기로 국감장으로 불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이번 국감 역시 ‘기업 망신 주기’식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여야는 오는 7일부터 27일까지 실시되는 국감에 앞서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이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감사 일정 및 증인채택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환노위는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에서 정 회장과 이 부회장을 비롯해 김준호 SK하이닉스사장, 이경목 포스코 엠택 대표이사, 김한조 외환은행 행장 등 기업인들을 일반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에 대해 환노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단순히 정부정책에 반대한다고 기업인을 부르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상임위에서 대거 기업인들에 대한 증인 채택을 했다“며 ”이렇게 매년 퇴행과 구태를 되풀이한다면 아마 국민들은 곧 폭발할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환노위뿐만 아니라 기업과 관련이 있는 상임위는 거의 대부분 ‘마구잡이’식으로 기업인들을 국회로 ‘호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김병렬 GS칼텍스 대표이사, 박봉균 SK에너지 대표이사,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 최종양 이랜드월드 대표, 윤동준 포스코 부사장 등 대기업 CEO를 포함한 일반 증인 50여 명을 국감장에 부르기로 의결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는 배경태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또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과 이석채 전 KT 회장을 증인석에 세워 각각 납품비리와 위성매각 등을 캐기로 했다. 하성민 SK텔레콤 대표, 황창규 KT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이동통신 3사 수장들에 대해선 참고인으로 출석을 요구해 통신요금 인하 등을 따지기로 했다.

한편 이번 국감의 경우 대기업 오너보다는 전문 경영인에 초점을 맞춰 출석을 요구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기업인 국감 출석이 많은 정무위의 한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묻지마’식으로 대기업 총수를 부르기보단 전문 경영인을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