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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차이나 임팩트, 한국의 선택 게재 일자 : 2014년 10월 10일(金)
“메이드인차이나 무시하다 후발자 中에 추격기회 내줘”
(12) 대담 <시리즈 끝>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정덕구(오른쪽) 니어재단 이사장과 이근 서울대 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니어재단 사무실에서 열린 특별대담에서 “중국이 밀려오는 것은 필연인 만큼 한·중 간 공생을 통해 이익의 균형을 찾기 위한 부단한 자기 혁신과 선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 이근 서울대 경제연구소장
사회:오승훈 경제산업부 부장대우


중국 경제의 ‘역습’이 한국 경제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산업 경쟁력이 높아져 한국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거대 자본을 앞세워 국내 금융·부동산 시장 등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경제에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동북아 시장 변화의 배경과 그 파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문화일보는 ‘차이나 임팩트(중국 충격)’의 본질과 한국의 대응 방안을 짚어보기 위해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니어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된 특별대담에는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이근 서울대 경제연구소 소장이 참석했다. 정 이사장은 산업자원부 장관 재직 시절 중장기 통상산업·에너지 정책의 토대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퇴직 후 중국 베이징(北京)대·런민(人民)대 초빙교수를 역임하는 등 국내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손꼽힌다. 이 소장은 후발국의 선진국 추격과 경제 성장 과정을 연구한 공로로 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슘페터학회 총회에서 슘페터상(Schumpeter Prize)을 받은 국제산업 분석 전문가다.

―‘차이나 임팩트’의 배경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하 정 이사장)=기본적으로 중국은 초대형 미성숙 발전도상국가로 볼 수 있다. 중성장국가에서 저성장국가로 갈 것으로 본다. 사회적으론 갈등과 모순이 심각하고 불균형적이며, 경제 내부엔 엄청난 위험요소가 잠복해 있다. 모순, 갈등, 위험의 3가지 요소를 안고 있는 강성국가인 중국과 중형의 연성국가인 한국은 아직은 발전 격차가 있어서 서로 주고받을 게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 밀려 들어오는 엄청난 힘이 정체상태의 한국을 밀어붙이고 있는 게 문제다. 우리는 여기에 대한 관리 능력이 상당히 부족하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중국을 구세주로 여겼다. 이른바 ‘중국 특수’에 탐닉하게 되면서 ‘중국 착시’, 산업적으로 보면 ‘삼성 착시’ 같은 것이 생겨났다. 수익 부문과 시장이 편중돼 있는 데도 전체적으로 경제가 잘 굴러가는 것으로 여긴 것이다. 호수의 물이 마르는 것처럼 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하면 바닥의 모순들이 물 밖으로 드러나게 되고, 그 쓰레기들을 걷어내야 하는데 옆 샛강에서 자꾸 물을 부어주는 형국이다 보니 그렇게 하지 못했다. 구조적인 모순을 근본적으로 건드리지 못하고, 목마른 기업에게 물을 주듯이 연명해오는 바람에 중국에 대비할 중장기 플랜을 세우지 못했다. ‘중국 충격’에 대해 많은 식자들이 걱정을 늘어놓고 있지만 중국이 밀려오는 것은 필연이고, 운명이자 추세다. 큰일났다고 야단법석을 떨 일이 아니라 대응능력과 관리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중 양국 간 보완적 생존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도 문제다. 공생을 통한 이익의 균형을 찾기 위한 부단한 자기 혁신과 선택이 필요하다.

▲이근 서울대 경제연구소 소장(이하 이 소장)=‘경제 추격론’의 관점에서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산업 주도권은 결코 한 나라에서 머물지 않았다. 자동차산업은 미국→일본→한국 순으로, 조선산업도 유럽→일본→한국으로 넘어왔다. 한국은 고도산업 구조로 넘어가는 단계인 반면, 중국은 젊은 나라로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중국 충격’엔 필연성이 있다. 마치 중국이 한국에 수업료 내고 배우다가 이제 대드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한국은 그 동안 미국과 일본을 추격해왔는데,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나니 ‘선발자의 함정’에 빠졌다. 자기의 기술과 상품이 최고라고 여겨 새로운 것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후발자에게는 기회를 주게 된다.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고 무시할 때 후발자는 이것을 기회의 창으로 이용했고, 우리는 대응 시기를 놓쳤다. 이게 추격 사이클이 돌아가는 기초가 된다.

▲정 이사장=중국이 13억 인구를 먹여살릴 수 있는 동력은 주로 동남부 해안 중심의 산업이었다. 하지만 점차 소득이 올라가면서 임금 등 생산요소 가격이 너무 올랐다. 자기들은 포화상태라 부른다. ‘베이징 콘센서스(시장경제체제에 대응한 중국식 사회주의 발전모델)’로는 더 이상 중국 경제를 끌고 갈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래서 내부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고임금 정책을 썼는데, 이게 동남부 해안 지역의 산업경쟁력을 약화시켰다. 한·중·일 3국 간의 분업체제에서 중국이 낮은 인건비로 유지해온 임가공 산업으론 더 이상 높은 소득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 쪽으로 바꾸는 정책을 추진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3국 간 분업구조도 바뀌어버렸다. 예를 들어 조선산업의 부가가치창출 단계를 보면 가장 아래에 용접이 있고, 가장 꼭대기엔 선박 디자인·선박 금융·선박용 엔진이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올라가 있는 반면 한국은 중간 수준을 계속 붙들고 있다가 중국이 치고 올라오면서 맞부딪치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이 진행되면서 동아시아 전체 부가가치 사슬구조는 시계 반대방향, 즉 일본·한국을 거쳐 중국·동남아시아로 이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소장=한국은 스스로 성취가 함정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그 동안 미국과 일본을 따라잡는 데 몰두하다 보니 아래서 쫓아올라오는 것에 대한 방어개념이 없었다. 그러다 실기한 거다. 산업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은 사례도 있다. 삼성전자는 10년 주기로 선두가 바뀌던 반도체 부문에서 1991년부터 23년간 계속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미래 혁신을 끌고 간 덕분이다. 하지만 휴대전화 부문에선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업체 샤오미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화웨이는 두렵지 않을 것이다. 전략이 예전 삼성전자와 같은 모방자이기 때문에 충분히 누를 수 있다. 하지만 샤오미는 다르다. 하드웨어(단말기)보다 휴대전화와 관련된 서비스를 팔아서 돈을 번다. 삼성전자와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고, 그래서 더 두려운 존재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나 온라인 게임 세계 1위인 텐센트도 두려운 존재다. 한국으로선 이에 대한 대비책이 없는 게 문제다.

▲정 이사장=지난 2004년 중국 상무부장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를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때 이미 3국 간 분업체제의 구도변화를 꿰뚫고 있었다. 그 시절부터 정책 프레임을 단순 임가공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했다. 한국은 산업구조조정으로 대응해야 했는데, 중국이 빠르게 쫓아오는 지난 10년간 정체상태로 놀아버렸다. 이 기간 구조적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석유화학 분야가 중국 특수를 누리고 있었지만, 실제 중국에 가보니 엄청나게 석유화학 공장을 짓고 있었다. 그 분야 대기업들에게 빨리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엄청한 투자를 하는 데 거부감을 보이며 거기서 번 돈을 다른 계열사에 쏟아붓고 말더라. 지금 와선 그 사람들이 울고 있을 것이다. 정유·석유화학 분야가 엄청난 실적부진을 겪고 있지 않느냐. 우리 정부나 기업이나 똑같이 단견이다. 최소한 5∼10년 앞을 보고 가야 하는데, 중국이 커지면 우리는 계속 덕을 볼 것이란 자만만이 있었을 뿐이다.

▲이 소장=중국이 한국을 추격하는 속도에는 산업 간 차이가 있다. 휴대전화 등 IT 산업이 가장 빠르고 부품소재나 기계부문은 상대적으로 느리다. 제품 사이클이 짧은 산업은 금방 시장이 변하고 기존 지식이 쓸모 없게 되기 때문에 그만큼 후발주자가 유리하다. 반면에 관련 지식의 암묵성, 즉 말이나 문서로 표현이 안 되는 지식이 중요한 분야일수록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힘들다. IT와 자동차를 비교해 보면 휴대전화는 중국이 다 따라왔지만, 자동차는 아직 격차가 상당하다. 부품소재 분야에서도 상대적으로 오래 버틸 수 있는 반면 석유화학은 장치산업이라 추격 속도가 빠른 편이다. 한국 석유화학기업들은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며 엄청난 돈을 벌었지만 미래 시장인 바이오 플라스틱, 신재생 플라스틱 등 유망산업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그게 승자의 함정 문제다. 돈을 잘 벌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불확실한 사업에 투자하느냐는 식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은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다. 한국 업계와 정부에 책임이 있다.

―한국의 내부 구조에도 취약한 점들이 있어서 중국 추격의 빌미를 준 게 아닌가

▲정 이사장=한국의 산업혁신을 이끌었던 전통 제조업들이 늙어가고 있다. 일반적인 경제성장궤도를 감안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고용인력도 노령화되고 있다. 산업구조 자체가 늙어가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내부적으로 이를 혁신할 중장기 플랜이 없다는 게 큰 문제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인 정치의 폐해라고 볼 수도 있고, 그에 따라 관료사회가 굉장히 이완돼 있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정책 프로세스가 낙후돼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대통령 중심제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예전엔 의사결정 메커니즘이 중앙에서 순발력 있게 움직였는데, 지금은 수평적으론 의회권력으로, 수직적으론 지방권력으로 넘어가 있다. 국회가 이념적으론 양당정치이지만 사실은 아니다. 진영 간의 싸움에 휘말려 있다.

‘차이나 임팩트’만 해도 더 큰 문제는 중국이 갖고 있는 부정적 요소들, 다시 말해 모순·갈등·위험요소 등이 언제 폭발할 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은 공산당을 통해 관리하고 있지만 중저성장 시대로 넘어가면 폭발할 것이다. 그것에 대한 대비가 만만치 않은 국책과제다. 중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거둬들였는데, 이제는 그 부정적 비용들도 같이 관리해야 한다.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게 정치정책 프로세스의 탄력성을 회복해야 한다. 한국 특유의 다이내믹한 대응능력을 갖춰 의사결정 메커니즘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기업들의 경영방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이사장 = 외환위기 이후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임기제로 가면서 새로운 증상이 생겼다. 모든 것을 수익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단기에, 또 임기 중에 많은 이익을 내는 쪽을 선호하게 됐다. 자신의 임기 중에 안 되더라도 다음 10년을 내다보는 CEO들이 사라졌다. 전문경영인 시대가 됐지만 그들은 임기제 하에서 단견에 집착했고, 오너들은 현상유지에 급급했다. 혁신적인 생각이 없었다. 이러한 의사결정 모형에서 탈피해서 사회 지배구조의 모형을 바꿔야 한다. 거버넌스 모형에 변화가 없으면 한국에는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차이나 임팩트’의 산업적 측면에서 대응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 소장 = 중국의 추격이 상대적으로 느린 부품소재에선 암묵적 지식의 보고가 중소기업들이다. 대기업에는 특허에 기반한 명시적 지식이 있다. 대기업의 명시적 지식과 중소기업의 암묵적 지식이 결합돼야 시너지 효과를 낸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이 취약하다. 중국이 모방하기 어려운 지식을 많이 창출하려면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으로 가게 만들어야 한다. 현재 중소기업 보호 정책은 내수시장에 머무르게 하는 잘못된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 성장기에 대기업 지원의 전제가 해외 시장에서의 실적이었다. 중소기업도 똑같이 해외시장의 성과에 따라 지원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동반 국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중국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는 길이다.

이와 더불어 암묵적 지식 자체를 고급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암묵적 지식에 기술을 융복합화하는 게 방법이다. 한 분야의 단품 기술이 아니라, 여러 기술을 묶으면 후발자가 따라오기 어려울 것이다. 독일과 일본은 많은 중소기업들의 암묵적 지식으로 버텼다. 한국도 그렇게 가야 선진국 대열에 들 수 있다. 중소기업을 세계시장으로 끌고가야 한다.

▲정 이사장 = 정부는 산업정책에 대한 비중을 높여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조립산업 구조에서 부품소재, 중간재산업 중심으로 대규모 산업 구조조정이 있었다. 그 이후로는 10여년간 주로 거시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단기대책만 내세웠다. ‘상고하저’식의 6개월 단위로 움직이는 정책 프레임으론 안 된다. 가장 심각한 것은 기술관료들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너무 약화돼 있다는 것이다. 정권이 5년마다 바뀌며 신분에 영향을 받으니 일을 하지 않는다. 중국의 거대 자본, 산업이 몰려들어오면 정부가 앞장서서 대책을 세우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는 게 필요한 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거버넌스 체제를 보면 정부가 주도하는 모양새다. 우리도 정부가 최소한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산업정책적으로 민간과 매우 밀착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10년 정도의 장기산업 발전의 관점에서 산업정책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중국이 이를 우리에게 일깨워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장 =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이 유럽에서도 많이 부활했다. 특히 환경관련 기술이나 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각국 정부들이 산업정책을 들고 나왔다. 과거엔 정부의 산업정책이 기술을 공급하는 쪽이었다. 하지만 현재 기업들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수요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하지 못한다. 정부가 수요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그러한 사례가 유럽의 ‘혁신조달’이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면 정부가 사줌으로써 수요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한국에도 필요하다.

▲정 이사장 = 굳이 중국 문제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경제 생태계가 석고처럼 굳어져 있다는 게 큰 숙제다. 경제정책의 의사결정 메커니즘부터 노사문제, 관료사회, 중소·중견기업의 기술력 재무장, 금융 생태계 등이 경직돼 있다. 한 마디로 전반적인 경제 생태계의 변화가 절실하다. 우리 내부의 대응력을 키우려면 경제 생태계 변화가 필수적이다.

한·중·일 간의 신(新)삼국지는 새로운 경쟁 체제로 전환해간다. 후발자인 중국이 엄청나게 추격해오고, 일본은 다시 일어서고 있는데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다. 현재의 경직된 경제생태계로 가면 조만간 경제성장률 1∼2%대의 저성장 시대로 빠져들고 만다. 현 정부의 경제팀이 경제심리를 자극시켜 자산 디플레이션을 막을지는 몰라도 실물경제를 살리는 근본적 대책은 아니라고 본다. 국내 경제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이 소장 = 기업이 이익을 내지 못하면 시중에 돈이 풀릴 수 없다. 세금이 걷히지 않는데 어떻게 돈을 풀겠는가. 혁신적인 생태계가 필요하다. 한국은 중소기업 혁신이나 국제화 정도가 상당히 낮은 편이다. 해외에서 번 돈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경제국제화의 척도인데, 한국이 0.4% 정도다. 중국도 0.8%, 대만이 2.1%, 일본이 3% 정도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더 해외에 나가야 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국제화된 동반성장이 중요한 이유다.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면 국내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고용 창출력은 해외 공장 여부와 관계없이 해외에서 경쟁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사업에서 해외 공장을 많이 운영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일자리는 줄지 않았다. 전체 인력이 10년 전 4000명에서 지금은 2만 명으로 5배 가량 늘었다. 단순 조립 인력은 정체돼 있지만 연구·개발(R&D) 부문이 1500명에서 1만 명으로, 디자인 부문이 60명에서 600명이 됐다. 해외에서 경쟁력이 높아지니까 국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한 것이다. 반대로 팬택은 공장이 국내에만 있어서 경쟁력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락앤락, 오로라 등 잘나가는 중소기업들도 대부분 해외에 공장을 가지고 있다.

―금융산업적 측면에서 중국 자본의 유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정 이사장 = 한국은 수십년 동안 미국이나 유럽의 대형자본에 시달려 왔지만, 외국 자본이 드나드는 것을 관리하는 국제금융시스템은 계속 정리돼 있지 않았다. 외국 자본이 들어오면 그것을 어떻게 관리하고 잘 흡수하느냐가 중요하다.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완전자유화 모델은 우리에겐 내부 임팩트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자본이 들어오면 이점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형 자본들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다. 하지만 매우 주의해야 할 중국 자본의 치명적인 특징은 정부통제적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중국이 자본 통제를 통해 (우리를) 흔들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한국은 관리부재 상태로 갈 수 있다.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오는 것은 좋지만 환율 등 금융시장을 크게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 중국 자본 유출입에 대한 관리와 통제 시스템을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

▲이 소장 = 중국의 추격 속도가 산업별로 다른데 중국이 IT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 중 하나가 인수·합병(M&A)이다. 이를 역으로 활용하면 우리에겐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 가령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싹이 보이는 기업을 초기 단계에서 흡수해 버리면 새로운 기회가 되는 것이다. 구글도 M&A를 통해 성장하지 않았는가. 한국도 방어전략으로 중국에서 M&A를 추진해야 한다.

▲정 이사장 = M&A는 금융 자본 축적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M&A 시장에서 활약하는 플레이어가 없다. 국내에서 작은 기업들이 매물로 나와 있어도 경쟁적으로 사려고 하는 국내 자본이 형성돼 있지 않다. 자금이 넘쳐난다는데,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등 글로벌 플레이어라 할 수 있는 자본이 충분히 형성돼 있지 않는 것이다.

―차이나 임팩트의 영향은 경제적 측면만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정 이사장 = 중국은 중성장 시대를 넘어서 더욱 성숙해갈 것이다. 소득이 오르면 욕구체계도 엄청나게 변화한다. 중국의 정치사회 환경이 장기적인 추세로 볼 때 불안정해지면서 저성장으로 가는 것을 못견디는 저소득층들이 중국 사회를 굉장히 동요시킬 것으로 본다. 그러면 불가피하게 정치적으로 임금 등 생산요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정부 통제력도 약해질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정부 말까진 강력한 장악력이 갈등, 모순, 위험을 잘 관리할 테지만 그 이후 어떤 형태로든 내부 혼란이 일어나면서 그 영향이 한국에까지 미칠 것이다. 그것을 제대로 포착해내야 한다. 우리는 황사부터 온갖 부정적인 요소들을 함께 수렴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지나치게 높은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다각화로 가야 하는 것도 과제다. 중국과 한국은 영원한 친구관계일 수가 없다. 정치외교적으로도 간단치 않은 관계다. 종합적으로 보면 중국 리스크에 대한 ‘헤징 툴’(회피책)이 종합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이 소장 = 그런 측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다시 바라봐야 한다. 나는 일찍이 중국이 더 크기 전에 빨리 타결하든가, 기왕 늦어질 것 같으면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금은 중국의 실력이 한창 상승한 시점에 우리의 문을 열어주는 꼴이 되고 있다. 지금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할 시기에 문을 열어주는 격이다.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문을 열게 되면 ‘퍼펙트 스톰’이 올 수 있다. 엄청난 충격이 올 것이다. 미국보다 중국과 FTA를 먼저 체결했어야 했다. 완전히 실기했다. 다만 차이나 임팩트의 위기의식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중국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한 번 한국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기대를 해본다.

▲정 이사장 = 한·중 FTA는 외교안보적 시각, 동북아 안보질서 차원에서 너무 서두르기보다는 다소 낮은 단계에서 접근하고 한·중 간의 보완적 산업관계가 중시되는 등 깊은 고려가 필요하다.

정리 =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mail 오승훈 기자 / 경제산업부 / 국차장겸 경제산업부장 오승훈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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