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욕’‘죽기좋네’… 연고戰은 욕설대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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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열리는 ‘2014 정기 연고전(연세대와 고려대 스포츠 교류전·고려대 주최)’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부근 길가에는 연세대 마크가 새겨진 현수막(사진)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현수막에는 연세대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하는 내용도 있었지만, 대부분 상대 학교인 고려대를 비방하는 글들로 채워졌다. 심지어 단순 말장난을 넘어선 욕설도 담겨 있었다. 한 현수막에는 “고대 ^^ㅗ”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는데, ‘ㅗ’는 서양식 손가락 욕을 인터넷상에서 쓸 때 사용하는 기호로, 엄연한 욕설이지만 시민들이 오가는 거리 한복판에 버젓이 걸려 있었다.

캐나다에서 온 외국인 A(30) 씨는 “학교 내부도 아니고 시민들이 다니는 도로에서 이런 식의 비방전을 한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재학생 박모(여·27) 씨도 “재치있는 말장난 정도라면 웃어넘길 수 있겠지만 도로 한복판에 학교 이름을 걸고 버젓이 욕설을 썼다는 게 부끄럽다”면서 “제 얼굴에 침 뱉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같은날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인근 번화가에도 ‘트위터와 연대는 인생의 낭비’, ‘거 연새 죽기 딱 좋은 날씨구만’ 등 상대 학교를 비하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다수 걸려 있었다.

‘도를 넘은 비방전’은 온라인상에서도 이어졌다. 10일 두 학교 학생들이 ‘문화 정기전’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개설한 사이트에 올려진 각 학교 힙합 동아리 학생들의 랩 동영상에도 손가락 욕은 아무 거리낌 없이 등장했다. 가사내용도 욕설과 상대 비하 내용이 가득했다. 연세대 인근 한 상인은 “학생들이 심한 욕설까지 써가며 서로를 비하하는 등 지나친 비방전을 보면, 두 학교의 오랜 전통에 먹칠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