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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10월 10일(金)
현대미술 울렁증? 이해하기보다 느끼세요!
인상파·초현실주의·팝아트 등 세대 관통한 150년 미술사 담아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2014 광주비엔날레에 전시 중인 영국작가 앤시아 해밀턴-니콜라스 번의 ‘러브’. 대중문화, 광고, 명작의 이미지를 차용한 풍선 형태의 설치작품이다.
발칙한 현대미술사 / 윌 곰퍼츠 지음, 김세진 옮김 / 알에이치 코리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거울, 전구 및 알루미늄, 포그 머신 소재의 대형 신작 2점을 발표한 설치작가 이불 씨는 말한다. 소재, 기법과 감상요령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작품의 구체적 의미를 이해하기보다 느끼기 바란다”고.

대형비행선을 연상케 하는 ‘새벽의 노래 Ⅲ’와 거울로 뒤덮인 ‘태양의 도시 Ⅱ’는 주제와 소재를 넘어 관람객을 독특한 시공간으로 이끈다. 관객들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멈칫 물러섰다가도 미로같은 동선, 빛의 반사 같은 흥미로운 볼거리에 빠져들게 된다.

현대미술이라면 울렁증을 느끼는 이들에게 친숙해지는 팁을 제공하는 저자는 영국서 런던 테이트갤러리 관장을 역임하고 BBC 아트디렉터로 활동 중인 저널리스트. 미술사조의 나열이나 작품 해설 위주의 미술서와 달리 이 책은 현대미술의 빅뱅이 일어난 실험과 도전의 생생한 순간을 중심으로 현대미술을 이야기한다.

충만한 혁명의 기운과 더불어 새로운 예술로의 열기가 거셌던 19세기 프랑스 파리에서 펼쳐진 인상파를 시작으로 21세기 현대미술의 스타작가 데미안 허스트까지 현대미술사 150년을 담아낸다.

현대미술을 쉽고 흥미진진하게 전달하기 위해 스탠딩코미디를 배워 2009년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서 현대미술에 대한 원맨쇼를 시도해 관객을 웃게 만들었던 저자. 그는 “현대미술은 일종의 게임 같아 얼핏 알 수 없어 보여도 기본 규칙과 규정을 알면 한결 쉽게 다가설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작품의 탄생 배경, 작업 과정을 알게 되면 이해가 쉬워지고 당대를 반영한 미술에 흥미와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객관적으로 생동감 넘치는 현대미술책’을 지향하며 이 책에선 각종 일화와 더불어 미술사조의 흐름과 유명작가들의 활동을 재조명한다. 현대미술의 태동기인 19세기 파리 카페에서 인상파 화가들의 대화, 잭슨 폴록 등 추상화가들을 적극 후원한 20세기 컬렉터 페기 구겐하임의 은밀한 사생활, 21세기 영국과 중국의 현대미술 거장인 데이미안 허스트, 아이웨이웨이의 사업가적 면모 등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멀게만 여겨온 미술 현장이, 결국은 동시대 사회 문화의 거울임을 일깨운다.

주류에 대한 비주류의 도전과 실험이 이어져 온 현대미술 빅뱅의 순간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첫 일화가 프랑스 작가 뒤샹의 ‘샘’이다.

1917년 뒤샹이 미국 뉴욕서 구매한 소변기에 검정물감으로 ‘R. Mutt 1917’이란 가명과 연도를 기록한 뒤 뉴욕 전시회에 출품됐던 ‘샘’은 행위예술 입체파 개념주의 등 현대미술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기존 대량생산품을 골라 전시장에 들여놓은 뒤샹 작 ‘샘’의 원본은 행방불명됐지만 당시 사진가 스티글리츠가 촬영한 작품사진을 토대로 뒤샹의 서명이 더해진 ‘샘’은 15점이 존재한다.

이밖에 ‘예술계의 판도를 바꾼 남자’ 세잔, 평면을 해부하고 재조립한 입체파, ‘상품이 된 예술’ 팝아트와 21세기 현재 미술 이야기가 펼쳐진다. 과거의 현대미술은 일부 애호가의 여가였지만 이즈음은 거리의 대형 공공미술이며 미술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영화 연극 관광 같은 여가활동이 된 변화도 주목한다. 또 당대 미술 속 충격과 경외심 같은 주제를 주목하며 대작주의 체험주의 선정주의의 면모를 드러내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명칭의 부재를 지적한다.

속지 첫장에 1870년 무렵 인상주의 이후 21세기 ‘지금 예술’까지 150년 간의 미술사조와 해당 작가를 런던지하철 노선도를 바탕으로 색색의 노선표처럼 그려 넣었다. 목적지행 지하철을 골라 타듯 관심가는 미술사조와 작가부터 다가서면 어떨까.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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