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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10월 10일(金)
그림책으로 부활한 권정생詩 ‘강아지와 염소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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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몽실언니’의 작가 권정생(1937∼2007)이 열다섯살 즈음에 쓴 시 ‘강아지와 염소새끼’(권정생 시, 김병하 그림/창비·일러스트)가 사랑스러운 그림책으로 만들어졌다.

장난꾸러기 강아지와 새침한 염소가 티격태격, 아웅다웅하지만 이 다툼이 어느새 푸른 들판 위에서 벌이는 즐거운 놀이가 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실제 하늘보다 더 푸른 빛 하늘 아래에서 뛰어노는 강아지와 염소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책장을 여는 순간 마음을 뺏길 수밖에 없다.

‘염소야 염소야 나랑 노자야/ 강아지가 깡충깡충/ 다가왔지// “듣기 싫어”/냐금냐금 먹음쟁이/ 염소 새끼 못 본 체 하지//강아진 놀고 파서/ 곁으로 와 깡충! 덤비지// 염소새끼 봐아라/ 정말 골이 났네…’

이렇게 시작하는 권정생의 시를 그림책으로 만들기 위해 그림작가 김병하는 권정생이 살았던 경북 안동 조탑리 마을로 답사를 갔고, 그곳을 배경으로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물론 시를 풍부하게 해석해 더 많은 이야기를 그림 속에 풀어냈다. 강아지가 새끼 염소에게 다가가 놀자고 하지만 귀찮은 염소는 못본 척 한다. 강아지는 염소의 귀를 깨물어 버리고, 화가 치민 염소는 강아지를 확 받아버린다. 하지만 염소는 밧줄에 묶여 멀리까지 쫓아올 수 없으니 강아지는 다가가 약을 올리고, 도망치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밧줄을 걸어놓은 말뚝이 빠지고 염소는 강아지를 쫓아간다.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난 푸른 하늘 아래, 푸른 들판 위로 둘은 도망가고 쫓아간다. 그렇게 얼마나 뛰어놀았을까. 갑자기 제트기가 웅하고 나타나자 화들짝 놀란 둘은 싸우던 일은 까맣게 잊고 서로가 서로에게 파고든다.

자연의 풍광은 단순하면서도 선명한 색감으로 담겼고, 뛰어다니는 강아지와 새끼 염소를 스냅샷처럼 잡아낸 역동적인 구도는 자유로운 생동감을 전한다. 아이들은 이렇게 자연 속에서 뛰어놀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놀라고 화나고 당황하고, 분해서 참을 수 없는 강아지와 염소의 표정도 너무 생생해 재미있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낸 새끼 염소와 강아지의 하루는 김병하 작가가 상상해 만든(권정생의 시에는 없는) 마지막 장면으로 따뜻하게 마무리된다. 뉘엿뉘엿 해가 지자 권정생 선생이 강아지와 염소를 마중나와 집으로 데려간다는 작가의 상상이다. 동네 곳곳에서 밥짓는 연기가 올라오는 그런 밤, 강아지와 염소는 붉은 불빛이 새어나오는 작은 시골 집 마당에서 평온하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림책은 우리 시를 텍스트로 한 창비의 ‘우리시 그림책’ 시리즈의 15번째이자 마지막 권이다. 그림 속에 시 이상의 이야기를 담아낸 시리즈는 2003년 ‘시리동동 거미동동’(제주 꼬리따기 노래, 권윤덕 그림)으로 시작돼 ‘넉점반’(윤석중 시, 이영경 그림), ‘준치가시’(백석 시, 김세현 그림) 등으로 이어지며 독자들의 따뜻한 사랑을 받았다. ‘강아지와 염소새끼’는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멋지고 아름다운 마침표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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